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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걷기 (4/27) - 로스 아르코스 : 내 맘대로 스페인 걷기 여행 (8)

문리버88 2016. 6. 3. 06:36

 

 

몬하르딘에서 로스 아르코스 가는 길..

돌아 보고 또 돌아보고..

 

 

 

 

 

로스 아르코스로 가는 길은 밀밭이 펼쳐진다..

 

 

 

 

평탄하면서도 구비 구비 돌아가는 밀밭 구릉길은 마치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는 걷는 기분이랄까?

 

 

또 돌아 보니 몬하르딘이 멀리까지 고개를 내밀고 손을 흔든다..

스페인 걸으며 처음으로 기시감과 진한 정이 느껴지는 곳이다..

 

 

로스 아르코스 가는 길은 지리산 둘레길과 같으면서 더 넓고 길고 유장하다..

 

 

 

이 순탄한 길에서도 죽음을 맞은 분이 있다..

테아 오세아..63세

2015. 3.24.

날씨로 보면 지금 보다 더 쌀쌀한 기후였을 테고..생장에서 부터 걸었으면 6일을 걸어 왔으리..

그의 심장이 더이상 감당하기 어려웠나 보다..

Rest in peace.

 

 

 

 

길 중간에 보카테리아 바가 있다..

스페인에는 ~테리아가 많다..

카페테리아..보카테리아..핀초스테리아...타파스테리아..

잠시 쉬면서 슈모 데 나랑하 (오렌지 주스) 한잔하고 크레덴시알에 세요를 찍고..

 

거기서 서울서 온 2사람을 만났다..친구사이인 그들은 생장에서 피레네를 넘어 이곳까지 7일째 걷고 있다...

참으로 유쾌한 분들이다..

 

 

 

 

 

 

이분들은 프랑스 유학중에 불현듯 산티아고 걷기에 나선..그러나 준비가 덜된 여대생을 케어 하면 걷고 있다..

여대생은 신발을 너무 타이트한 것을 신고..평소 걷기 훈련이 덜되어 물집이 생기고 절룩 거리며 걷는다..

장기간 평지를 걷는 도보에는 한 치수 큰 신발에 깔창을 하나 더 까는 것이 좋다..

드림메이커와 체이서는 그렇게 해서 2주동안 걸어도 물집이 생기지 않았다..

 

 

밀밭사이 외줄기 길로 남쪽로 가는 길에서 박목월의 시 "나그네"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정말..구름에 달가듯이 걸엇다...

 

 

 

다시 서울 분들을 만났다..

여대생은 뒤처지고..이분은 잠시 기다리고 있다..

 

 

박화목 시 보리밭 노래도 생각나고..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발을 멈춘다
옛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뵈이지 않고
저녁노을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이렇게 유장한 길을 걷다보면

길이란 걸어서 체험하는 것이지 생각이나 책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어찌 길뿐이랴~

장자는 말한다..

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이라..

도란 행하여야 만들어지는 것이다..


 

 

 

드디어 로스 아르코스에 도착..

 

 

 

 

 

마을 중앙에 산타 마리아 성당이 아름답다..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문..포스탈 데 카스티야..

 

거기서 산초 4세를 만난다..

그는 몬하르딘을 점령한 산초 가르세스 1세의 후손이고, 광개토대왕 격인 산초 3세의 손자..재위 1054~1076..

산초 3세에 의해 분할된 왕국의 종손 격인 나바라 왕국의 왕인 아버지가 형제간의 내전으로 전사한 뒤 어린 나이로 등극하였으나, 그는 카스티야의 장군 로드리고 디아스 데 비바르(Rodrigo Díaz de Vivar) 즉 엘시드가 이끄는 카스티야의 군대에 라부레바(La Bureba), 알타 리오하(Alta Rioja), 알라바(Álava) 등을 빼앗겼다.

결국에는 동생에게 살해되고, 나바라 왕국은 쇠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