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에서 송광사로 간다.

굴목재로 넘어가면 거리는 금방인데, 차로 가니 빙돌아도 다리보다는 빠르다..ㅎ

 

여기도 입장료면제 대상자를 65세에서 70세로 상향했다.

65세 되기만 기다렸는데, 다시 연장되다니..헐

나보다 5세 많은 사람은 평생 대접을 받고 사는데, 우리세대는 고생만 하고 돈만 뜯기고 산다..ㅎ

중학교 평준화 혜택은 몇년 아래 세대에게 밀리고..ㅎ

무혜택 무대접의 베이비 부머들..내돈내산으로 자력갱생해야..

 

일주문에서 얼마 가지 않아 무소유길 표지가 좌측으로 가라한다..

따라가기는 한다만, 안내도상에는 무소유길은 우측으로 좀더 가서 탑전에서 시작한다고 되어 있다.

 

이 진입부분은 무소유길 찾아오는 사람을 위해 개설해 놓은 구간같다..

 

여기서부터 탑전에서 오는 무소유길과 합류한다..

 

무소유란 재물의 크기가 아니라 사물을 대하는 태도를 말한다.

말로는 무소유라고 하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실천하기는 어렵다.

명품, 브랜드를 좋아하는 동행에게 무소유는 어려운 개념이다.

 

짧은 길에 다양한 길들이 이어진다.

 

무소유의 첫째 강령은 내려놓음 둘째 강령은 비움이다.

 

무소유는 대나무의 성격과 닮았다.

속을 비우고 마디를 세우고 색이 변하지 않는다.

 

불일암은 죽림 속에 누워있고,

 

법정스님은 후박나무 아래 누웠있다.

 

의자 위에 법정스님이 주는 덕담이 있다.

 

당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

그 일에 전심전력을 기울이라

그래서 당신의 인생을 환하게 꽃피우라

 

원래 이곳은 자정국사가 지은 자정암터였는데, 법정 스님이 중건하여 불일암으로 개명했다.

불일암..이름을 보면 보조국사 지눌을 존경한 모양이다.

 

열지말라는 문 안을 들여다 보니 大夢覺(대몽각) 이라는 푸른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큰 꿈에서 깨어나라..

알에서 깨어나라..

깨어나는 것이 장부의 일이다.

 

관음문향(觀音聞香)..

소리는 보고, 향기는 듣는다고 한다..

하지만, 불일암에 와서 보니, 향기가 보인다..

 

무소유 삶인지라 너무 가난하여 남에게 줄 것은 없으니 매화향기라도 적선하련다..

하지만, 매향도 가난하다..

그러나 불일암은 부자다..

송곳 수만개를 꽃을 땅도 있고..묵언을 하도 먹어 배터질 지경이다..ㅎ

 

감로암, 송광사 표시를 보고 따라간다..

초입은 너무 좋은 오솔길이다..

 

그러나 곧 본색을 드러내고 콘크리트에 내리막이다..헉

동행에게 본색을 전가한다.

"길을 알고 가는겨!"

 

불신과 짜증이 성급하게 서로 멱살잡이 할 즈음..

홍매가 나타나 미소로 싸움을 뜯어 말린다. 

송광사 16국사 중 6세 원감국사비..

춘색은 다 공하거늘 무얼 그리 춘색을 탐하는가??라고 일갈하는듯하다.

 

노승이 뭐라하든 춘색은 춘색대로 곱고, 할미는 할미대로 정갈하다..

 

감로암은 감로수에 취한듯 단청공양을 올리고 있고..

 

툴툴거리는 발은 어느덧 대웅전 길목에 다닿랐는데, 대웅전 송광매를 외면하고 득달같이 금둔사로 가자고 재촉한다..

 

대웅전 송광매의 전갈을 받앗는지, 일주문 옆 홍매와 백매가 버선말로 쫓아와 잘가시라 인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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