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은거한 수행자가 깨닭음을 밝히는 책이다.

그의 깨달음을 인정한다. 이렇게 425쪽의 책을 조리정연하게 쓴다는 것이 증거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과연 깨달음은 무엇인가? 하고 생각한 적이 많다.

그것은 성철스님이 오매일여니 숙면일여, 확철대오..이런 말을 하면서 궁금증이 더 증폭되었다.

석가모니는 수행동료였던 5비구를 상대로 첫 전도를 하는데, 그중 콘단야(교진여)가 처음 깨달았다고 한다.

그때 붓다가 아야(깨달았다) 라고 좋아했다 해서 그의 이름이 "아야 교진여"가 되었다.

그 당시 깨달음은 무엇이었을까?

사성제와 8정도에 대한 체득이었을까?

붓다 생전에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아라한이 엄청 많은 것을 보면, 깨달음의 기준이 높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중국 선불교가 화두선으로 변화하면서 점점 깨달음 요구 수준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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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붓다의 가르침의 핵심을 "무아(無我)와 연기(緣起)"로 보고, 이에 대한 철저한 체득이 깨달음이라고 보는 것 같다..

사실, 깨달음의 기준을 높이 잡으면 성불(成佛)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깨달음의 기준이 낮으면 행불(行佛)을 하여야 할 것이다.

예전 고승들도 "언하에 깨쳐야 한다", "깨달음은 밤중에 코를 만지듯 쉽다"고 한 것을 보면,

깨달음이란 관점의 전환과 철저한 체득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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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깨달음은 텅비어 있다. 오직 모를 뿐이다.

깨달음의 핵심은 아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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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불안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전체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되기전까지는 어떠한 지식도 해결의 열쇠가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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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으로 인해 불안에 빠진 것이므로 무념에 처해지면 저절로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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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깨달은 이의 삶이 아니다.

그냥 주어지는 대로 먹고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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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고 닦아 발전하여 완성하라는 것이 아니라 "사고지능"이 가상현실이라는 것을 깨치는 순간 지금 이대로 자유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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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처음부터 생각이 설정한 진리를 추구하게 된다.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리라는 것은 상상도 못하고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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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모 사피엔스가 사회적 군집체로 진화하면서 만들어진 언어와 관념의 파생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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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듈은 "나"가 남들에게 쓸모있는 존재가 되게 하려고 평생을 바둥거리도록 만든다. "나"가 죽는다는 것은 그 모듈의 정체가 드러나 바둥거림이 멈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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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만든 쳇바퀴에서 벗어나려면 단순할수록 좋고, 생각의 여백을 자주 마주칠 수 잇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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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념의 결과는 생각의 멸절이 아니라 생각이 눈뜬 장님의 촉각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알게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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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괴로운 이유는 책임질 능력이 없는 "나"라는 허깨비 주체에게 이러 저러한 책임을 추궁하기 때문에 고통이 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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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수행은 공통적으로 생각의 바깥을 체득하는 것이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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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가 내뱉은 생각의 힘에 부림을 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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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와 연기를 체득하는 것은 이러한 생각의 본질과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잘 부릴 수 잇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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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이런(이솝우화의 신포도) 여우처럼 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여우를 불러다 세워놓고 그 등을 밟고 뛰어 올라 포도를 따서 함께 먹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사선을 따르는 창조적 전개의 가능성을 펼치는 것이 깨달음의 결과적 현상이고 사회적 효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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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란 나와 세계의 망상성을 체득하고는 것이고, 동시에 변치 않는 안도감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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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누려지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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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팔자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라 분수를 지키지 못해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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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어야 할 것은 능동적 지향에 해당하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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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경제적인 능력이나 수명, 건강상태와는 상관이 없다.

그런 결핍이 삶을 불편하게 할지라도 그런 불편이 행복을 해치지 못한다. 

왜냐하면 존재자체가 이미 행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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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손님으로 살면 거칠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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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최대비밀은 내 일이 없다는 것이다. 주인이 없는데, 어떻게 내 일이 있겠는가?

내 일이 있다는 생각만 잇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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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할 아무 것도 없어서 비로소 안심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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