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함산 바람길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입실 표시 좁은 임도로 내려간다..

길은 초행자는 불안해서 못갈 정도로 좁지만, 군데 군데 차량 교행장소가 있다.

다행히 교행차량을 만나지 않고 내려오자, 까마귀들이 환영하여 나와있었다.

 

전깃줄에 앉은 까마귀들이 어릴적 제비떼의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그 많던 제비들은 다 어디 갔을까?

한떼는 강남 카바레로 갔다더니, 카바레가 없어져선지 행방이 묘연하다..

경주에서는 그 추억을 까마귀가 대신해준다..

까마귀는 우리 민족과 함께한 텃새다..

그래선지, 주민들 입장을 고려해서 "까옥"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있다..

신라 소지왕(비처왕) 10년(488년)에 까마귀이야기가 등장한다..

정월 보름날 왕의 행차시 쥐가 까마귀를 쫓아가라고 말한다.

말탄 기사가 까마귀를 쫓아가다가 싸우는 멧돼지 구경하다 놓친다.

그때 근처 연못에서 한 노인이 편지를 전한다.

"열어보면 2사람이 죽고, 열어보지 않으면 한사람이 죽는다"고 겉봉에 써잇었다.

한 사람은 왕을 뜻하는 것을 직감하고 개봉하니, 그 안에 사금갑 (射琴匣)이라 써있었다.
"거문고 집을 쏘라"

그뒤의 사연은 생략하고..

그 사건이 벌어진 정월 보름날을 오기일(까마귀 제사날)이라 하여 찰밥을 까마귀에 공양하여 왓단다..

그러니, 경주, 울산 등지에 까마귀가 많은 이유는 오랜 인연 때문이 아닐까??

 

입실에서 올려다 보니 토함산 풍력기가 "잘가"하고 인사한다..

 

영지 주차장에 도착하니, 석가탑이 영지까지 내려와서 환영해준다.

석가탑의 그림자가 연못에 비치지 않는다 하여 무영탑(無影塔)이라고 했다는데..

영지까지 왕림하셨으니, 무영탑이기를 거부하는 것인가?? ㅎ

 

아사달과 아사녀의 키스가 빛난다..

갑돌이와 갑순이의 신라버전인가??

아사달이 백제에서 온 것이 아니고, 혹시 아사국에서 온 것은 아닐까?

아사국 남자와 아사국 여자..

그런데..기념비 이름이 왜 아사달의 혼인가? 아사녀의 혼이 더 애절한 것 아닌가??

 

 

기념비 밑에 한반도 조각..그런데, 독도는 떨어져 나갔네??  

원, 이렇게 독도 수호의지가 없어서야..쯧

 

 

아사달이 불국사에서 석가탑을 제작하고 있었다.

아사녀가 멀리 고향에서 찾아와 만나려고 했으나, 공사감독자가 부정탄다며 불허햇다.

탑이 완공되면 영지에 비칠테니 그때 만나라고 한다.

영지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석가탑은 비치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아사녀는 못에 빠져 죽고, 탑완공 뒤 이 사실을 알게된 아사달도 애통해다가 죽었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아는 스토리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이야기도 생로병사를 거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삼국유사에 등장하지 않는다.

1) 첫 이야기는 조선 영조때 동은화상이 지은 불국사연대기에 첫 언급이 있었다.

당나라 석공 아사달과 그의 누이 아사녀라는 언급과 불국사 남서 10리 연못에 석가탑이 비치지 않아 무영탑이라고 한다는 내용뿐이다..부부라는 말도, 영지에 빠져 죽었다는 말도 없었다..

 

2) 일제시대 1921년 일본인이 지은 "경주의 전설"에서 현재와 같은 이야기로 진화했다.

3)1938년 현진건이 위 내용을 바탕으로 소설 무영탑을 쓴다.

   아사녀는 백제 부부로 바뀌고, 삼각관계가 추가되었다.

(참고, http://m.gjnews.com/view.php?idx=67827 )

 

어디 이야기 뿐이랴..

우리의 추억도 따지고 보면 가공되고, 생로병사를 거친다..

 

이왕이면 좋은 이야기, 성장스토리, 멋진 이야기로 발전하면 좋겠다..

대표적인 이야기 왕국이 영국이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반지의 제왕, 헤리포터 등 그들의 상상력은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영지 끝으로 가니 토함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행이 말하기를, 산기슭 아파트가 없었다면 불국사가 보일거란다..

 

물닭만 한가로운 영지에 낮달이 가세한다..

 

이야기꾼들이 영지 철새들의 끈기를 보았다면, 

아사녀의 심약한 투신을 막고, 해피엔딩으로 끝났을 지도 모르는데..ㅎ

 

스토리는 아쉬우나, 족저근막염 걷기꾼에게는 적당한 거리(3Km)의 둘레길이다..

이른시간 식당으로 가는 길..

전깃줄에 까마귀..

왕년의 참새시리즈가 경주 까마귀 시리즈로 진화할 때가 되었다..

 

모처럼 감포일출복어집에서 아구수육을 먹는다..

꽃게찜처럼 부드러운 맛..여전하다..

배터지게 먹고, 오늘의 마지막 여정 월지야경을 보러간다..

 

그런데, 깜깜하다??

요즘 공사 등 이유로 6시에 문닫는단다..

하여, 월정교 야경으로 대체한다..

 

월지 대신에 월정교가 효자노릇한다..

젊은이들이 바글거린다..

경주에 빵집이 많은 이유는 젊은 관광객이 많기 때문인가 보다..

 

월정교 위로 달이 떳다..

신라의 달밤이닷!!

불국사의 종소리도 들리지 않고

영지에 탑도 비치지 않지만

지나가는 나그네의 발걸음만은 멈추게 한다..

 

달빛이 곱게 월정교에 스며들었다..

참 고운 경주의 밤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