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사에서 나오다 가까운 최치원문학관에 들럿다.

국가공인 무료증으로 프리패스..ㅎㅎ

 

등운(騰雲)산 고운(孤雲)사 가운(駕雲)루..구름(雲)이 가득한 이름들..

구름 속에 노닐다가 이름만 떨구고 몸은 해인사 홍류동에 숨긴 사람을  이 동네는 잊지 못한다..

그는 외로운 구름이라 어느 계곡에든 잠겨있을 수 밖에 없으리..

 

12살 당나라로 조기유학을 떠난 소년..

요즘 미국으로 조기유학 보내는 풍조의 뿌리가 1500년이나 되었구나.

요즘 기러기 엄마보다 그때 아버지가 더 독했다.

"10년안에 과거급제 못하면 내 아들이 아니다."

하지만, 요즘은 "게임을 끊지 않으면 내 아들이 아니다"로 비뀌었다는..ㅎ

인생사희 시를 읽으면

외로운 외국에서 외국어 익히고 과거공부하던 외로운 청소년이 생각나고,

6년만에 18살 나이로 당나라 빈공과에 합격하였때 기쁨이 저절로 느껴진다.

 

 

인백기천(人百己千)..

다른 사람이 100을 공부하면 너는 1000을 공부해라..

남보다 10배의 노력을 하라..

요즘 이런 얘기하면, 꼰대라고 하고, 학대라고하겠지??

하지만, 네팔,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온 사람은 그렇게 할지도 모른다.

 

율수현(현 상해 인근) 현위..

현령 아래에서 치안을 담당하는 직책이니, 지금의 경찰서장 쯤되는갑다..

연봉은 쌀 200석-400석이니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최소 연봉  8천만원(=쌀 400가마 x 1가마당 20만원) 정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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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녀분 설화??

최치원이 현위로 근무할때  요절한 2낭자의 무덤을 발견하고 꿈에라도 보고싶다는 시를 남긴다.

정말 두 낭자가 꿈에 나타나 시와 술을 나누고, 쓰리썸을 즐기고 사라졌다는 기괴한 이야기??  ㅎ

 

그러다 황소의 난 토벌대장 고병의 종사관이 되어 유명한 "토황소격문"을 쓴다..

 

광명 2년 7월 8일에, 제도도통검교태위(諸道都統檢校太尉) 아무개는 황소(黃巢)에게 알린다.

무릇 바른 것을 지키고 떳떳함을 행하는 것을 도(道)라 하는 것이요, 위험한 때를 당하여 변통할 줄을 아는 것을 권(權)이라 한다. 지혜 있는 이는 시기에 순응하여 성공하게 되고, 어리석은 자는 이치를 거슬러 패하게 되는 것이다.

비록 백 년도 못사는 인생의 죽고 사는 것은 기약할 수가 없는 것이나, 만사(萬事)는 마음의 주장에 따르나니,  옳고 그른 것은 가히 분별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제 내가 왕사(王師)를 거느리매, 정벌(征伐)은 있으나 싸움은 없는 것이요, 군정(軍政)은 은덕을 앞세우고 베어 죽이는 것을 뒤에 하는 것이다. 앞으로 상경(上京)을 회복하고 큰 신의(信義)를 펴려 함에 공경하게 임금의 명을 받들어서 간사한 꾀를 부수려 한다. 또 네가 본시 먼 시골의 백성으로 갑자기 억센 도적이 되어 우연히 시세를 타고 문득 감히 강상(綱常)을 어지럽게 하였다. 드디어 불측한 마음을 가지고 높은 자리를 노려보며 도성을 침노하고 궁궐을 더럽혔으니, 이미 죄는 하늘에 닿을 만큼 극도로 되었으니, 반드시 크게 패하여 망할 것이다.
.....  
하물며 너는 평민의 천한 것으로 태어났고, 농민으로 일어나서 불을 지르고 겁탈하는 것을 좋은 꾀라 하며, 살상(殺傷)하는 것을 급한 임무로 생각하여 헤아릴 수 없는 큰 죄만 있고, 속죄될 조그마한 착함은 없었으니, 천하 사람들이 모두 너를 죽이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아마도 땅 가운데 귀신까지 가만히 베어 죽이려고 의론하리라.
....  
너는 일찍 덕의(德義)에 돌아올 줄을 알지 못하고 다만 완악하고 흉악한 짓만 늘어간다. 이에 임금께서는 너에게 죄를 용서하는 은혜가 있었는데, 너는 국가에 은혜를 저버린 죄가 있다. 반드시 얼마 아니면 죽고 망하게 될 것이니, 어찌 하늘을 무서워하지 아니하는가. 하물며 주(周)나라 솥[鼎]은 물어볼 것이 아니요, 한(漢)나라 궁궐이 어찌 너 같은 자가 머물 곳이랴. 너의 생각은 마침내 어떻게 하려는 것이냐. 너는 듣지 못하였느냐.
 
도덕경(道德經)》에 이르기를, “회오리바람은 하루아침을 가지 못하는 것이요. 소낙비는 하루종일 내리기 어렵다" 하였으니 천지도 오히려 오래가지 못하거늘 하물며 사람이랴.
 
또 듣지 못하였느냐. 《춘추전(春秋傳)》에 이르기를, “하늘이 잠깐 나쁜 자를 도와주는 것은 복이 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의 흉악함을 쌓게 하여 벌을 내리려는 것이다.” 하였다.
 
이제 너는 간사한 것도 감추고 사나운 것을 숨겨서 악이 쌓이고 앙화[禍]가 가득하였는데도 위험한 것으로 스스로 편케 여기고 미혹하여 뉘우칠 줄 모르니, 옛말에 이른바 제비가 막(幕) 위에다 집을 지어 놓고 불이 막을 태우는데도 방자히 날아드는 거나 물고기가 솥[鼎] 속에서 너울거린들 바로 삶아 데인 꼴을 보는 격이다.
 ....  
다만 살리기를 좋아하고 죽임을 싫어하는 것은 상제(上帝)의 깊으신 인자(仁慈)함이요, 법을 굴하여 은혜를 펴려는 것은 큰 조정의 어진 제도다. 나라의 도적을 정복하는 이는 사사로운 분(忿)을 생각지 않는 것이요, 어둔 길에 헤매는 자를 일깨우는 데는 진실로 바른 말을 하여 주어야 한다.
 ....
나의 한 장 편지로써 너의 거꾸로 매달린 듯한 다급한 것을 풀어주려는 것이니, 고집을 하지 말고 일의 기회를 잘 알아서 스스로 계책을 잘하여 허물을 짓다가도 고치라.
....  
만일 미쳐 덤비는 도당에 이끌려 취한 잠이 깨지 못하고 여전히 사마귀처럼 수레바퀴에 항거하기를 고집한다면, 그때는 곰을 잡고 표범을 잡는 군사로 한 번 휘둘러 없애버릴 것이니, 까마귀처럼 모여 소리개 같이 덤비던 군중은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갈 것이다. 몸은 도끼에 기름 바르게 될 것이요, 뼈는 마차 밑에 가루가 되며, 처자도 잡혀 죽으려니와 종족들도 베임을 당할 것이다.
....  
생각하건대, 동탁(董卓)의 배처럼 불로 태울 때에 후회하여도 때는 늦으리라. 너는 모름지기 진퇴(進退)를 참작하고 잘된 일인가 못된 일인가 분별하라. 배반하여 멸망되기보다 어찌 귀순하여 영화롭게 됨을 구하지 않느냐.
다만 바라는 것은 반드시 그렇게 하라. 장사(壯士)의 행동을 취하여 갑자기 변할 것을 결정할 것이요, 어리석은 사람의 생각으로 여우처럼 의심만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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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가 이 격문을 읽다가 '천하 사람들이 모두 너를 죽이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아마도 땅 가운데 귀신까지 가만히 베어 죽이려고 의론하리라."는 귀절을 보고 놀라 자빠졌다던가?? ㅎㅎ

 

당나라가 황소의 난이후 군벌이 득세하면서 혼란해지자, 고운은 귀국을 결심한다..

헌강왕이 한림학사, 수병부시랑에 임명한다.

 

그러나 신라도 기울고 잇었다.

그는 진성여왕에게 시무10여조의 개혁조치 상소를 올린다.

육두품 출신에 지지기반이 없는 그는 한계를 느끼고 은퇴장소를 찾아 전국을 다닌다.

그 와중에 이곳 고운사에도 오지 않았을까?

사실 이곳도 은신하기 좋은 곳이나 계곡이 작아 외로운 구름이 머물기는 부족해보인다.. 

 

그가 42세에 해인사 홍류동으로 들어갈 때 시한 수 남겼다.

 

僧乎莫道靑山好(승호막도청산호) 
山好如何腹出山(산호여하복출산)
試看他日吾踪跡(시간타일오종적) 
一入靑山更不還(일입청산갱불환)

스님, 청산이 좋다 말하지 마오
좋다면서 어찌 다시 산을 나오시오
뒷날 내 종적 한 번 두고 보시오
청산에 한 번 들면 다시는 돌아오지않으리

 

적자생존..

그는 쓴 글을 모아 계원필경집 20권으로 역어 왕에게 진상했다.

그 덕에 그 이름 몇천년 전해진다..

 

강남여(江南女) <최치원>

 

江南蕩風俗 (강남탕풍속)
養女嬌且憐 (양녀교차련)
性冶恥針線 (성야치침선)
粧成調管絃 (장성조관현)
所學非雅音 (소학비아음)
多被春心牽 (다피춘심견)
自謂芳華色 (자위방화색)
長占艶陽年 (장점염양년)

강남의 풍속은 방탕하고  
딸을 오냐오냐 귀엽게만 키우니  
허영심이 많아서 바느질은 수치로 알고  
곱게 단장하고 가야금만 다루는데  
배우는 노래라곤 고상한 노래는 없고  
그저 남녀의 사랑을 읊은 유행가뿐이네   
자기 생각에는 활짝 꽃핀 얼굴로  
오래 오래 청춘시절 누릴 줄로만 안다네  

 

****

어찌 1500년 뒤에 강남스타일 여자와 다를바 없을까??

 

그의 필재, 설화, 기연 등이 그에 대한 다양한 모습으로 민중에게 전승되었다.

전승되는 이야기에 따라 그의 모습은 다르게 그려졌다.

그의 다양함 모습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단정한 유학자 같기도 하고, 신선 같기도 하고, 산신같기도 하고, 저승판관 같기도 하고, 무슨 교주같기도 하다..

 

명승대찰 돌아댕기면서 글씨 써주면 각석에 새겨주니 마르고 닳도록 전해지리라..ㅎ

 

해운(海雲)대 각석..

구름 운자를 좋아해서 인생이 구름처럼 된 것인지,

흘러가는 자기 인생을 구름 운(雲)자로 정의한 것인지... 

 

***

남극이나 설산은 별로 가고 싶지 않다.

왜냐고, 글씨가 없으니까? 

나는 간자치(看字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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