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으로 간다. 내포역사인물길 2코스 구간을 걸으러..
얼마전, 동행이 무릎 부상을 입어 혼자 가는 길..
이제는 나이에 맞게 코스완주보다는 적당한 거리를 걷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은 2코스 중 이응노생가 - 백월산 정상 사이를 왕복하는 6km를 걷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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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생가에 도착하기 2km 전 용봉산이 보이는 동네에 연분홍과 진분홍 매화가 멋지게 피었다.
차를 돌려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고 깊이 감상한다..
성장한 차림의 요염한 여인이 유혹처럼 치명적인 아름다움..
반면, 백월산은 하얀 벚꽃의 시중을 받고 있다..
낙화로다..꿈이로다..
노래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듯하다..
벚꽃이 버들과 만나니, 시 한수가 생각난다..
조여청사모성설(朝如靑絲暮成雪)..
아침에는 검은 머리였는데 저녁에는 눈처럼 백발이 되었네
여기서는 우여청사좌성설(左如靑絲 右成雪)..
우측에는 푸른 실이 걸리고, 좌측에는 흰 눈이 내렸네..
널찍한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개울건너 생가로 간다..
고암(죽사) 이응노..
구한말 왕실화가 해강 김규진으로 부터 한국화를 배우고 활동하다가 프랑스로 건너가 추상화를 그렸다.
한국화, 서예, 서양화를 아우르는 서예추상, 군상 등 독창적인 화풍을 만들었다.
그의 그림과 인생은 나중에 대전 이응노미술관 구경까지 한 후에 별도 글로 올리기로 하고,
오늘은 걷기에 집중한다..
그러한 잠시, 복사꽃이 눈에 들어와 마음까지 흔들어 놓는다..
평생 같이 살라면 질리겠지만 봄날 한철은 같이 살기 좋은 꽃..ㅎ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 버드나무에게 다가간다.
버드나무 최고의 시는 하지장의 "영류(詠柳, 버드나무를 노래함)"다..
이월춘풍사전도(二月春風似剪刀)라는 명귀를 쓴 시인
"(음력) 이월 봄바람은 가위같구나"
버드나무에 신록의 나뭇잎이 올라오는 모습을 마치 봄바람이 가위질하여 오려 붙인 것처럼 묘사한 감각이 너무 현대적인 표현이기 때문이다..
碧玉妝成一樹高
萬條垂下綠絲?
不知細葉誰裁出
二月春風似剪刀
벽옥장성일수고
만조수하록사조
부지세엽수재출
이월춘풍사전도
푸른 옥빛으로 단장한 키 큰 버드나무
가지마다 푸른 끈을 아래로 드리웠네
저 가느다란 잎은 누가 오려 만들었을까
(음력) 이월의 봄바람은 가위와 같구나
***
어디 그뿐이랴, 김구선생이 인용하여 유명해진 시귀도 있다.
월도천휴여본질 (月到千虧餘本質)
유경배별우신지 (柳經百別又新枝)
달은 천번을 이지러져도 본질은 그대로이고
버드나무는 백번 부러져도 다시 새가지가 돋는다.
***
대중가요 실버들, 애교있는 투정도 멋지다.
실버들을 천만사 늘여놓고도
가는 봄을 잡지도 못한단 말인가?
실버들 천만사 늘어진 물빛에 비친 백월산의 풍광이 오늘 걷기의 즐거움을 예고한다..
용봉산은 벚꽃비를 맞으며 장도를 환송한다..
왜가리가 퉁명스럽게 한마디 한다.
"아침부터 웬 신파여~"
왜가리가 뭐라카든 매화와도 눈인사하고, 수선화와도 딥인사를 한다..
이응노생가옆 전시관으로 들어가 전시품을 감상하고..
그는 파리에서 화가로 활동하던 중 1967년 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수감생활을 하다가
1969년 사면되어 파리로 떠났다.
1977년 부인 박인경이 백건우,윤정희부부 납치미수사건에 연루되면서 한국과의 관계가 단절된다.
1983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였고, 1989년 프랑스 파리에서 사망한다.
그의 작품은 대전시에 기증되어 2007년 시립 이응노미술관이 개관하였고,
2011년에는 홍성 이자리에 이응노생가가 복원되었다.
카페 벽이 쓰인 수상한 저 글씨 " 1937년 9월 11일 17시 40분 스탈린"
1937년 스탈린이 소련 연해주 한인들을 중앙아시아(우즈벡, 카자흐)로 강제이주 시킨 사건을 의미한다.
정추..라는 사람과 관련된다.
그는 광주 출신인데, 해방후 월북하여 북한에서 활동하다가 1956년 장학생으로 소련 모스크바 유학중 남로당계 숙청사건에 자극을 받아 쏘련에 망명한다. 그후 카자흐스탄에서 음악활동을 하였다.
그가 작곡한 <극적 교향조곡>에 “1937년 9월 11일 17시 40분 원동(연해주) 한인 강제 이주 희생 에 대한 추억”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그는 1991년부터 고향 광주를 방문하는 등 한국에서 음악활동도 활발히 하였다.
쏘련이 붕괴된후에는 카자흐스탄 시민권자가 되었고, 2013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사망했다.
***
정추의 행적과 완전 대비되는 사람이 윤이상이다..
윤이상..
한국에서 음악가로 활동하다가 1956년 파리로 건너간후 서베를린에 정착한다..
윤이상은 1963년 방북하는 등 친북활동을 하다가 1967년 동백림 간첩단 사건으로 수감생활을 하다가 1969년 특사로 석방된다.
그는 1971년 서독국적을 취득하고 친북활동을 이어가고, 한국내 활동은 금지되어 생전에 고향 통영을 방문하지 못한다.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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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전후, 좌우의 대립, 이념과잉의 시대에 지식인, 예술인의 삶은 마치 봄날의 꽃처럼 다양하게 피고 지었다..
누구를 탓하랴~, 시대를 탓하랴~
이제 백월산을 향해 출발한다.
명자꽃이 자주고름을 입에 물고 뜨겁게 환송한다..ㅎ
벚꽃 엔딩..오늘 지대루 만났다.
입김만 스쳐도 휘날리네~~
철쭉부대가 착검을 하고 돌격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보무도 당당히 주택가로 걸어들어간다..
거기서 복사꽃을 또 만났다..
오빠..나 좀 봐!
참 곱다..ㅎ
주택가 끝에서 산길이 시작된다..
아니?? 진달래..너 마저??
여기는 시간이 거꾸로 도나??
엔딩을 맞을 꽃들이 이리 싱싱하게 지천이네...
야는 자두꽃인가??
진달래가 유혹하는 대로 으슥한 샛길로 들어섰더니..
헉... 별천지네..
진달래, 벚꽃..자목련까지 춘정을 못이겨 땡땡한 몸매를 가누지 못하고 베베꼬꼬있다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흰꽃과 백구가 하얌을 다투는 산사..
무쟁삼매는 어디 갔는고??
부처님은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산혜암 대웅전 벽에 달빛이 곱게 내려앉았는데..
이곳이 예전에 월산성(月山城)터였음을 증명하네..
백월산 올라가는 길에 만난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백구의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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