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경지당(敬止堂)을 방문했다.

집 입구 편액 글씨를 보고 주인장 남촌선생에게 뜻을 물엇다.

대학에 이르기를, 敬止言其無不敬而安所止也 (경지언 기무불경이 안소지야)

경지(敬止)란 공경하지 않음이 없고 그칠줄 앎으로써 편안함을 말한다.

 

내 좁은 소견으로 몇마디 덧붙이자면, 

성리학에서 경(敬)이란 주일무적(主一 無適), 즉 마음을 한 군데로 집중하여 이리 저리 헛갈리지 않도록 하는 공부방법이며, 심心이 비록 비어있으나 동시에 가득차게 되는 그런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텅빈 충만"의 마음을 유지하는 공부를 경이라고 하겠다.

또한 지지불태(知止不殆)란 말이 있으니, 그칠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따라서 오랫동안 평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지당은 명활산과 보문호를 배후로 두고, 앞으로 남산 금오봉을 바라보며, 도리천이라는 낭산과 신들이 노닐던 신유림 터전을 가까이 하고 있으니, 가히 거경(居敬) 지지(知止)의 반석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격이다.

 

 

하늘에는 신들의 전령 삼족오가 노닐고, 땅에는 지령(地靈)들이 노래하는 곳이니 둔세(遁世)의 시절에 딱들어 맞는 절묘한 안심입명처(安心立命處)라, 이런 복지(福地)에 사는 인연은 주인들의 홍복이라..

텅빈 충만의 마음으로 하루 저녁 보시받은 마음을 기문에 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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