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토성산(積土成山)이면 풍우흥언(風雨興焉)이요
적보성도(積步成道)하면 신명자득(神明自得)이라
흙이 쌓여 산이 되면 비바람이 일어나고
발걸음이 많아져 길이 나면 신명이 절로 난다..
2022 설날 조선팝어게인 송가인 쇼를 보면서 느낀 점은 그녀(송가인)의 발걸음으로 길이 생기는 것을 보는 듯하다는 것이다.
십수대의 거문고 반주로 부르는 거문고야는 평창올림픽 퍼포먼스를 연상시키고, 배띄워라를 들으면 소동파가 술병들고 배에 올라탈 것 같고, 랩처럼 읊조리는 박타령이나 유희스카와 함께한 비나리는 저절로 리듬을 타게 만든다.
어릴적 장터에서 창부타령, 술집에서 니나노, 강변 천막에서 판소리, 창극을 보던 세대도
성장하면서는 남진, 나훈아를 외면하고 비틀즈, 싸이먼 앤 가펑클, 아바 등에 빠져 지냈고, 커서는 클래식, 재즈에 기웃거리고 지냈다.
하물며, 요즘 젊은이들은 판소리 사설은 전혀 모르면서 영어가사를 줄줄 외고, 외국밴드가 공연하면 떼창으로 감동을 주기까지 한단다.
그러니, 국악에 대해서는 다들 막귀이고, 외국인과 다를바 없다.
하지만, 그녀의 영향으로 그녀가 부르는 국악에 점점 귀를 기울이고, 어릴적 귀맛을 회복해가고 있는 중이다.
골프, 와인, 클래식을 연구하듯이 국악도 연구하게 된다.
사실, 우리 양궁이 세계를 제패하는 배경에는 전국 시군에 즐비한 국궁장의 저력이 깔려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는 활의 달인 2명이 나라(고구려, 조선)를 건국하였고, 전투체육으로 활쏘기를 하여온 나라다. 지금도 전국체전에 국궁종목이 들어있고, 전국 궁도대회가 수두룩하다..
즉 활쏘기의 DNA를 잘 보존, 관리하여 온 덕에 양궁이 세계적인 저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국악도 마찬가지다.
나라가 후진국일 때는 선진 음악을 습득하느라 우리 국악을 홀대하였지만, 선진국의 문턱에 다다른 지금은 초등학교 음악교육도 바뀌어 가고 있다.
즉, 한국 초등학교 음악교육 중 국악비중은 40%나 되지만, 아직 국악을 전공한 음악 선생의 비중은 2.5%에 불과하다. 그래서 대부분 국악 수업은 뒤로 미루고 서양음악만 가르치는 형편이다.
어려서부터 국악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듣지 못했으니 다들 귀가 국악 맛을 알지 못한다.
김치와 된장처럼 자주 먹어야 그 입맛이 유지된다.
그런 의미에서 진도가 시사점하는 점이 크다.
진도에서는 초등학교에서 부터 민요, 판소리를 쉽게 배우는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잇다고 한다.
진도출신의 국악인, 가수가 줄을 잇는 이유이다.
국악을 중시하자는 말이 아니다.
국악의 종자를 잘 보존하고 관리하잔 말이다.
그 종자를 가지고 씨뿌리듯이 콜라보, 매시업, 하이브리드, 크러스오버 등으로 잘 가공하면 세계적으로 수출할 열매가 나올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송가인의 설날 국악공연은 "국악의 종자를 잘 보존, 관리하는" 길을 보여 준 것 같다.
모처럼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한 것이다.
지난 몇년 송가인 트롯키즈들은 많이 배출되었다. 앞으로는 송가인 국악키즈들도 많이 나올 것 같다.
한명의 걸출한 스타의 발걸음이 길을 만들고, 이를 따르는 키즈들이 대로를 만든다.
흐르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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