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단풍을 구경하러간다.
전략은 항상 같다.
새벽에 출발해 9시 이전에 도착하고, 1시 이전에 떠난다..
질풍노도로 1시간 40분의 질주끝에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직은 한가하다..
아들 제대 전날 가서 묵었을 때로부터 10여년이 흘렀다.
그 사이 엄청 단장하고 이뻐진 느낌이다..
지고 있는 은행나무와 한창 물오른 단풍나무의 멋진 조화..
인생이란 이렇게 노장청이 콜라보를 이루어야 하느니..
선운산가 비석도 풍류를 즐긴다..
백제여인의 그리움의 노래..선운산가가 불리던 곳.. 그리움이란 붉은 마음이다..
붉음의 계절에 동백이 철을 잊고 축하인사 왔다..
한줌의 붉음..처연함이 작가를 불러모은다..
도솔천의 붉음에 현혹된 중생들이 나래비를 선다..
어디 중생뿐이랴..도솔천도 붉음에 빠져버렸다..
붉음의 도(道)란
같이 즐길 수 잇지만, 전해드릴 수는 없나니..
떠나는 것은 비움의 시작이다.
떠남의 미학으로 텅빈 충만이 시작된다..
보살도 때맟추어 홍련으로 화답한다..
단풍의 계절에 도솔천을 따라 도솔암으로 가는 길은
구하는바 없어도 행복이 가득찬다..
선운사 지나니 보행전용 탐방로가 새로 생겻다.
천상운집(千祥雲集)
상서로운 구름이 가득 모였다..
그러나 오늘은 상서로운 붉음이 가득하다..
그저 붉음만 바라보며 걷다보니 어느덧 도솔암에 닿는다.
만월당(滿月堂)..
글씨가 날아간다..
극락보전도 붉게 탄다..
마애불가는 길..
레드카페트로 방문객을 모신다..
여기서는 내가 레드카페트 위의 주인공이다..
어디 그뿐이랴..
붉은 조명으로 장식한 오페라 하우스 로얄석으로 안내한다..
거기서 붉은 마애불을 알현한다..
약견제상이 비상이면 즉견여래니라..
붉은 세상에서 한참을 머물고 일어나는데, 발밑에 똥이 한무더기..헐..
다행인 것은 밟지도 않았다는 것..ㅎ
마애불의 은덕이다..
처음으로 용문굴을 향해 올라간다..
500미터 올라가니 미국서부에서 만난 아치스가 나타난다..
왕년에 대장금 드라마에서 어머니 죽는 장면 촬영장소라고 소문나서 사람들이 북적인다..
용문굴에서 좀더 올라가면 낙조대 가는 길이다..
낙조대에서는 서해안이 보인다..
병풍바위가는 철계단을 보고 동행은 침을 흘리지만..다행히 11월부터는 산불방지 통행제한구역이다..ㅎ
낙조대에서 천마봉으로 가는 길에서 인자한 마애불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내원궁,마애불,도솔암, 선운사의 일망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천마봉..
높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숫자를 열배쯤 튀기는 풍모가 있다..
돌아보니 낙조대가 화관처럼 빛난다..
이제 급경사 계단으로 내려가며 천마봉의 위엄을 감상한다..
여기서는 달마의 뒷모습같기도 하고..
도솔암에 도착하니 본격적인 담풍인파가 수돗물처럼 쏟아져 들어온다..
붉은 물에 염색된 새천이 된 것처럼 행복한 하루를 마친다..
<오늘 걷기> 주차장- 선운사 - 도보전용탐방로 - 장사송 - 도솔암 - 마애불 - 용문굴 - 낙조대 - 천마봉 - 도솔암 - 주차장 약 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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