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세의 아버지, 교직에서 퇴직하고 4년전에 부인도 죽고, 아들 집에 살다가 며느리가 힘들어하자

딸집에 온다.

저녁식사는 가족이 함께해야 한다는 신념의 아버지에게는 수저를 훔치는 도벽이 있다.

딸도 20세 연상의 동거남 이토상 눈치를 보며 거북해 하자 딸집도 떠난다.

아들과 딸들이 아버지를 찾아간 곳은 전에 살던 집..

그 집 다다미 거실에 걸린 현판은 "조월경운(釣月耕雲)이다..

달을 낚고 구름을 경작한다는 뜻이다.

 

***

 

한때 자식을 키우는 일이 집안의 대를 이어가고, 노후를 즐겁게 보내는 길이었다.

또 자식을 벤처사업처럼 키워 보람과 영광을 누리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일변하자, 부모 자식간은 "어릴 때 키우는 재미"나 누리는 사이로 바뀌어 간다는 것이다.

그런 관계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달을 낚고 구름을 경작"하는 것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

아버지가 딸집에 올 때 애지중지 들고온 상자가 하나 있었다.

조월경운 현판 있는 집이 불탈 때 아버지가 만사를 제치고 가지고나오려고 했던 상자..

그 상자 속에 무엇이 들었을까?

그 상자에서 나온 물건을 보며, 옛적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느 집 노모가 마지막 재산을 정리한뒤 그 돈으로 금수저와 금밥그릇을 장만했다.

그리고 말했다.

"이것은 나를 마지막까지 수발한 자식에게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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