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단풍은 주춤거리며 다가온다.
8월 9월 잦은 비로 나무들이 물을 빼느라 1주일 정도 늦어지는 것 같다.
지난주 가려던 무주 구천동 계곡을 이번 주(10.31)로 늦춰오길 잘했다.
아침 8시 30분에 구천동 주차장에 도착하니 한산하다.
입구에 붉은 단풍이 마음에 들었다.
갈수록 더하겠지?
월하탄을 지난다..
탐방지원센터가 잇는 곳에서 어사길은 시작된다.
영조 때 어사 박문수가 이곳 구천동에서 횡포를 부리던 토호를 치죄한 연고가 있다 해서 어사길로 부른다.
단풍이 단장한 모습으로 아침해살을 받으니 붉은 빛이 더욱 영롱해진다..
계곡물로 얼굴을 씻은듯 맑고 상쾌하다..
햇님이 낙엽될 것들에게 축복을 내리사 황금으로 변하게 하나니
목생(木生)의 마지막을 탄성을 받으며 떠나게 하시는구나..
초록에 지쳐 단풍이 되었다지만
때론 초지일관 독야청청하는 것이 돋보이기도 한다..
때론 꽃피우지 못한 인생도 홍엽을 핑계로 사랑을 느껴볼 수 있다..
만산홍엽의 시절에 계곡물도 숟가락 담궈본다..
붉은 물이 흐른다..
무지개색을 볼수 있는 인간에 대한 축복..
흑백으로 보는 짐승에게는 이해못할 이야기..
깨달음도 그와 같을까?
실상이 이리 찬란하지 않고,찬란한 허상만 보고 잇다면
어찌 할 것인가?
두어라.
실상이든 허상이든
찬란이든 비천이든
모두 옳으니 시비하여 무엇하리..
형형색색..
무엇하나 탓할게 없다.
인생도 그렇다.
어디서나 주인노릇한다면 무슨 차별이 있으랴..
붉음도 지나치면 몸부림친다고 할까?
황금빛을 띠기도 하고, 검어지기도하고..
동백과 단풍은 죽마고우
봄날 동백이 붉은 꽃송이채 스러지자
여름 내내 상심하다가
가을 단풍은 온산을 물들이며 붉게 떨어진다.
(수암)
구천동의 유래는 스님 9000명이 수도하는 곳이라하여 구천둔이라고도 햇다..
김남관이 60년대 구천동을 개발하면서 구천불을 조성하려고 했다
부처의 마음은 봄날 벚꽃 염화시중하실 때는 하얗고, 가을 단풍공양 받을 때는 빨가실까?
계곡이 좁아지고 붉음 속에 생각이 다하고 말문도 막힐 즈음
안심대에 도착한다..
사육신의 시신을 거둬 노량진 산기슭에 묻고 남쪽으로 피신한 김시습..
구천동 계곡에 들어와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하여 안심대..
안심대에서 돌아선다..
이번엔 차량통행하는 탐방로로 돌아가는 길..
다시온 비파담..더 붉어졌다..
붉은 날에 추모할 사람도 많다.
구천동에서 산화한 사람들..
장암 김남관 공적비도 있다.
그는 이고장 출신으로 군복무 시절부터 이 지역 개발에 앞장 서 오다가 예편후에 본격적으로 관광지 개발에 앞장선다.
나제통문과 무주 33경 설정 및 작명 등을 하였다.
의병장 문태서
26세때 을사늑약에 분개하여 최익현을 도와 거병..
1911년까지 덕유산 일대에서 왜병과 전투..
고향인 함양 서상에서 체포된후 옥에서 자결..
산천초목이 다 알고 가을마다 충정을 붉게 위무하는구나..
다시 돌아온 입구..
단풍이 더 화사해졌다..
나보다 더 단풍을 즐기는 애마 속에서 짧고 찐한 붉은 잠을 잔다..
<오늘 걷기> 구천동 주차장 - 탐방지원센타 - 어사길 - 안심대 - 포장길 탐방로 하산 약 9 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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