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가 멧돼지 습격 등으로 허물어져 가서 새로 정비하기로 했다.

전통봉분을 둘레석 묘소로 바꾸기로 했다.

나는 축문 작성과 읽기를 담당했다..

 

 

공사전 산신고사를 지낸다.

산소 우측 언덕에 제물을 진설하는데, #통북어 가 필수다..

보통 묘소제사에는 북어포를 쓰는데, 산신고사에는 왜 통북어를 사용할까?

 크게 뜬 눈으로 잡귀가 있는 곳을 잘 살피고, 큰 입으로 액을 잡아먹기 때문이란다.

 

술한잔 올리고, #산신축 을 읽는다..

 

산신축(山神祝)

 

維歲次 0년 0월 0일 00 敢昭告于

土地之神 今爲祖母父母 宅兆不利 將改葬于此 神其保佑 無後艱(간) 謹以淸酌脯醯(포혜) 祗薦于神 尙饗

(유세차 0년 0월 0일 (아무개) 감소고우 토지지신 금위(조모,부모) 택조불리 장개장우차 신기보우 무후간 근이청작서수 상향)

 

 

산신고사 후 바로 묘소에 술과 북어포 등을 진설하고 개장공사 안내 축문을 읽는다..

 

개장전 계묘축 

 

維歲次 0년 0월 0일 효손 00  敢昭告于

조모님 묘소를 이곳에 모신지 오래 되어 새로 단장하려 하오니 존령께서는 진동 소리에 놀라지 마시기 바랍니다.

(葬于此地 歲月玆久 體魄不寧 今將改葬 伏惟 尊靈 不 震 不驚 )

 

 

 

할머니 묘소를 사각둘레석으로 한다..

고향 선산에 있는 할아버지 묘 이장에 대비해 넉넉한 크기로 한다..

 

 

원래 조선 후기에는 남자 벼슬 등급에 따라 적처에게 정경부인(貞敬夫人), 정부인(貞夫人),숙부인(淑夫人), 숙인(淑人),
영인(令人),공인(恭人),의인(宜人),안인(安人),단인(端人),유인(孺人)의 품계를 내렸다..

그런데, 일제 이후 보통 묘소 비석 등에 벼슬 않은 남자는 학생, 처사 로 표시하고, 여자는 유인(孺人)이라 표시한다..

좀 생각을 돌려보면, 여자를 유인이라 한 것은 남자보다 좀더 대접을 해준 셈이다..(최하관료의 처 급이 되니까.ㅎㅎ)

그런데, 근세에 누가 여성의 품계를 매기랴??

숙인 내지 숙부인이라 해도 뭐랄 사람 없다..

 

 

부모님 묘소는 원형둘레석으로 한다..

생석회를 깔고 수평을 잡고 둘레석을 조립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그래도 사각과 원형 둘레석 설치공사는 7시에 시작해서 12시에 끝났다..

포클레인 공덕이 크다..ㅎ

 

 

 

둘레석 공사를 마치니 깔금하니 흡족하다..

공사후 제사를 올린다..

 

<개장후전묘축(改葬後奠墓祝)>

 

維歲次 0년 0월 일 효자 00  敢昭告于

부모님 묘소를 새로 단장하여 일이 끝났으니

영원히 평안하소서 (新改幽宅 事畢封塋 伏惟 尊靈 永安體魄)

 謹以 淸酌庶羞 尙饗

 

***

이제 봉분 훼손 염려 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음복후 즐거운 마음에 아버지 18번 노래를 들으며 행사를 마친다..

 

###

기존 분묘의 경우 관리차원에서 둘레석으로 조성하는 것이 무난하나,

비용부담도 있으니 애초 분묘 조성시에 평장, 수목장 하는 분도 많은 것 같다..

어차피 이제는 유교국가도 아니니, 전통을 창조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계승하는 분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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