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후 길은 일변하여 초록이끼 세상이 등장한다..

 

흑백의 세상에서 그린매직이 펼쳐지는 순간..

멀리 알프타바튼 호수가 보인다.. 산장은 호수 옆에 있다..

 

초록산을 보며 내려가는 길..콧노래가 절로 난다..

 

작은 개울이지만 기꺼이 신을 벗고 맨발로 건넌다..

방하물의 시린 자극도 초록의 흥을 더 할 뿐이다..

 

이 유장한 길에서 만고강산을 들으며 간다..

만고강산 유람할제

삼신산이 어디메뇨

 

지난 십년간 국내외 만고강산을 많이 쏘다니느라 머리가 솜털처럼 희여졌다..

초록세상, 호수, 산이 어우러진 구비도는 유장한 길에 일행이 기러기 처럼 걸어간다..

이번에는 풍입송이다..

 

세상사는 구름이라 험하기도 험하구나
엊그제 빚은 술이 얼마나 익었느냐?
술잔을 잡거니 권하거니 실컷 기울이니
마음에 맺힌 시름이 조금이나마 덜어지는구나
거문고 줄을 얹어 풍입송(風入松)을 타자꾸나
손님인지 주인인지 다 잊어버렸도다.

<정철, 성산별곡>

분홍 야생화가 아름답다..

초록세상 만세!!

 

귀한 음식을 야껴 먹듯 야금 야금 걸어간다..

 

 

12km의 길을 쉬엄 쉬엄 걸어 오후 2시에 도착한다..

그때 저 멀리서 차가 나타난다..

여기도 차가 다니나??

산장(hut)은 차길로 연결된다..

그래서 우리도 공용짐을 딜리버리 시키고 가벼운 짐만 지고 걸어갈 수 있는 것이다..

숙소에 도착하여 라면을 끓여 배를 채우니 만사 오케이..

 

모처럼 자유로운 오후 시간에 호수를 산책한다..

 

호수건너 문필봉이 이쁘다..

여기서 공부하면 장원급제는 따논 당상아닐까?? ㅎ

 

차가운 개울물에 사는 오리부부는 정도 깊겠지??

 

저녁 노을이 야수파 그림처럼 험상궂고 도전적이다..

 

멋진 풍광속에 눈과 다리가 자유를 만끽한 하루가 저물었다..

 

<오늘 걷기> 고도 450미터를 내려오는 무단한 12km..

경치 사진찍느라 빨리 갈수 없는 길..

9.4. 아침 흐라프틴누스케르 산장에서 일어나 주변을 돌아본다..

산장 주변 야영장에 텐트친 사람이 많다..

많은 사람이 어디서 자나 했더니, 야영객이 의외로 많다..

 

산장 주변에 증기가 솟으니 산장 난방 사정이 좋다..

따뜻하게 잘 수 있다..

다리 사정은 나중이고, 일단 아침을 볶은 밥으로 잘먹는다..

 

간밤에 비가 왓는데, 날씨 예보상으로 낮에는 해가 날 모양이다..

여기도 영국처럼 일기예보가 쉽다..

비가 내리고 흐렸다가 개고 다시 흐리고 비가 내립니다..ㅎ

그런데, 이번 4박5일동안 낮 날씨가 맑았으니, 아이슬란드 사람도 어리둥절할 정도였다는..

일행 중에 서로 자기 날씨복이라고 우기는 사람이 많았다..ㅎㅎ

 

그래..

내리막 12km..쉬엄 쉬엄가면 해질녁까지 느긋하게  다리를 달래며 갈 수있으라 다짐하고..

근육이완제를 3시간만에 또 먹는다..

다리에 쥐나 근육통이 걱정되는 사람은 "근육이완제"지참이 필수다..

이번 걷기에서 뼈저리게 느꼇다..

조심스럽게 먼저 출발한다..

 

그런데, 안개와 눈의 조화 속에 빠져들자, 다리 걱정은 잊어버렸다..

무아지경에 빠진듯 사진기를 들고 이리 저리 눈을 굴리며 걷는다..

 

누가 이리 멋진 산수화를 그릴수 잇을까?

조화공의 솜씨를 누가 넘볼수 있을까?

 

 

그러나 실상은 안개, 눈, 구름의 조화다..

본질은 물의 변화..

최고의 도는 물이라더니..

탈레스가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주장하기전에 이곳을 다녀갔던가??

 

이런 환상의 길을 걷다가 귀천하신 분은 사진 속 표정처럼 행복했으리라..

 

전체적으로 내려가는 길이지만, 업다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부지런한 사람은 빙하 속도 들여다 본다..

안개..

현미의 밤안개

정훈희의 안개

혜은이의 열정 

그중 어느 안개를 낙점하겠습니까?

다 아니요, 이길의 안개을 선택하겠소..ㅎ

 

참 아름다운지고..

우리가 잇어 풍경이 완성된듯하다..

이번에 멀리 설산과 구름이 타석에 들어서 안타를 진다..

 

어디 그뿐이랴. 아이슬란드 빙하의 백년묵은 흰 구미호가 나타나 유혹의 연기를 뿜어댄다..

 

산수화의 세상이 서서히 파스텔화 세상으로 바뀐다..

 

그뿐이랴, 땅 속 증기도 합세하니..

카멜레온 같은 물의 변신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이 멋진 풍경도 식후경이다..

아니, 최고의 반찬이다..

절경을 바라보며 주먹밥을 먹는다..

 

다리는??

근육이완제 덕일까?  침술 덕일까?  풍경덕일까?

삼위일체가 되어 다리의 고통이 사라졌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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