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장르의 예술이 있지만, 감동을 주고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은 음악의 힘이 제일 센 것같다.
항우가 해하에서 포위되자, 유방은 장량의 건의를 받아들여 초나라 노래를 부르게 한다..
초가를 들은 항우의 부하들은 비감에 젖어 도주하고, 항우도 전의를 상실한다..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의 죽음을 애도하는 노래를 연주하자 듣는 이가 모두 슬퍼했고, 저승에가서는 연주로 복수의 여신의 눈물을 흘리게 한다..
이런 것이 지금도 가능한 것이 노래의 힘이다.
지구상에 백만명의 가수가 있다하여도 내 마음을 울리는 가수는 한명뿐이다..
장자를 연구하는 철학자 최진석 교수도 말한다..
매일 그녀(송가인)의 노래를 듣는데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고백한다..
그 이유로 그녀가 소리를 잘 다루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https://youtu.be/a6RAn3FMAUs (장자강의 18-1강)
그녀의 소리에는 한과 흥이 공존한다.
그것을 적절히 구사하는 아르테(탁월성)가 열린 마음 속에서 공명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아리랑의 정서, 한과 흥의 조율사, 그녀는 아리랑 소리꾼이다..
****(2022. 7. 12.추가)
그때 위 장자 18강에서 철학자가 왜 그녀의 소리에서 감동을 받는지 구체적인 이유를 몰랐다.
그의 강의를 1강부터 듣다가 14강에 이르러서 얼핏 그 이유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14강에서는 그는 장자의 소요유를 다룬다..
"북해의 바다에서 작은 물고기가 태어나 크기가 수천리 되는 곤으로 자란다..
어느 날 3천리 높이의 파도가 칠 때 구만리 장공으로 솟구쳐 대붕으로 변한다.
한번의 날개짓으로 6개월을 날아간다"
여기서 그는 적후지공(積厚之功)을 말한다..
투텁게 내공을 쌓아야 곤이 되고, 대붕이 되고, 그래야 소요유를 즐기는 경지가 된다는 것이다..
이어서 순자를 인용한다..
적토성산(積土成山)이면 풍우흥언(風雨興焉)이요
적수성연(積水成淵)이면 교룡생언(蛟龍生焉)이라
흙을 쌓아 산을 만들면 그곳에서 비와 바람이 일고
물을 모아 연못을 만들면 그곳에서 물고기가 생긴다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투텁게 내공을 쌓기를 권유한다..
....
그러던 그가 어느 날 초면의 오케스트라 지휘자 오충근을 만난다..
오충근이 그의 강의를 TV로 보고 감동을 받아 연락을 취한 것이다.
첫만남에서 음악가가 철학자에게 물었다
"제가 왜 음악을 해야됩니까?"
그때 철학자의 머리에 문득 논어 한귀절이 스쳤다.
興於詩(흥어시) 立於禮(입어례) 成於樂(성어락)
시로서 감흥을 일으키고
예로서 자신을 바로 세우고
음악으로서 완성한다..
그는 40대 후반까지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정도만 즐기던 수준이었다.
평소 철학을 포함한 진선미의 완성은 아름다움으로 구현된다고 믿고 있었다.
특히 음악을 통한 아름다움의 구현에 관심을 두게 되어 클래식 음악 감상 준비를 하던 중에
음악가와 운명처럼 만나게 되었고 2시간 정도의 대화 끝에 의기투합하여 함께 음악 콘서트를 하기로 한다..
동양 고전철학과 서양 고전음악의 콜라보 연주회..
그렇게 탄생한 것이 "노자와 베토벤"이라는 콘서트다..
...
철학자는 클래식으로 귀가 정화되었던 사람이다..
그런데, 그의 귀에 송가인의 소리가 들리고 감동을 받았다..
왜 일까?
그녀는 국악으로 15년, 트롯으로 10년 내공을 닦아 소리에 두터움이 쌓였다..
적후지공(積厚之功)이 있었다.
그래서 두텁게 쌓인 소리의 내공이 적토성산(積土成山)의 경지에 이르러 듣는 이의 가슴 속에 비, 바람을 불게 한 것이다.
한마디로 철학자는 투텁게 쌓인 소리의 내공을 알아 보는 귀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한마디로 칭찬한 것이다.
"그녀는 소리를 잘 다루는 능력이 있다"
***
내공이 투텁게 쌓여야(적후지공, 積厚之功)
아르테(탁월성)가 생기고
아르테가 있어야 우아해지고
우아해져야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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