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의 노래
풀잎에 달린 달팽이
무거운 몸짓으로 어찌 여린 줄기에 올랐을까
집에 깔려 숨도 쉬기 어려울 것 같지만
풀잎 끝 정자에서 한가함을 즐기는 듯도 하다.
세상사람들아! 고오베, 쓰찬을 보지 못했느냐!
땅을 믿지마라..땅에 투자하고 땅땅거리며 살지마라!
그저 심혈을 기울인 조그만 안식처에
풀잎에 맺힌 아슬이면 족하니라.
옛 가락에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족하리라"하였으니
비록 대장부도 아니고 엄지공주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내 배포는 보이는 하늘을 다 삼키고도
눈 깜짝 않고 입맛도 다시지 않을 정도라네.
세상사 비교적이고 상대적이라.
한 덩어리로 뭉쳐 꿀꺽 삼키고 꿀먹은 벙어린냥
그저 조그만 오두막 끼고 풀잎 이슬로 목이나 축이면서
청천 하늘 바라보며
낮에는 구름 구경
밤에는 별빛 세며
자유, 자적 노래 부르련다.
(2008.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