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문(弔柳文)
유세차(維歲次) 두즈믄 열해 열하루달 초아흐레 행객 아무개 버드나무 영전에 고하나이다.
시절이 바뀌어 아침 강변에 포트레인 소리 요란하고 코스모스 스러져 갈 때 일말의 기미라도 느꼈어야 할 터인데,
바람에 냉기가 더하여져 가매 게으른 몸을 다스리지 못해 며칠 지체하다 나섰더니, 아풀사 이것이 무슨 변고란 말이던고.
그대의 청청한 유색신은 어디가고 텅 빈 공간에 황량한 흙먼지만 날린단 말인가!
봄날엔 예쁜 미소로 반겨주고, 여름엔 차일이 되어 체조장이 되어주고, 가을엔 안개속의 모델이자 노래의 추임새였고
겨울엔 함께 햇살 보며 웃던 파트너였던 그대!!
내 게으른 탓에 떠나는 마지막을 보지 못하였으니 그 아니 슬프랴.
이제 어찌 실버들 천만사 늘여놓고도 가는 봄을 막지도 못한다고 타박할 것이며,
늘어진 것은 능수버늘이고, 건들거리는 것은 수양버들이라며 희롱하겠는가!
월도천휴여본질(月到千虧餘本質)이요 유경백별우신지(柳經百別又新枝)라.
달은 천번을 이지러져도 본바탕은 변함없고, 버드나무 가지는 백번 꺾여도 새 가지가 돋아난다고 했지만
그대의 둥치를 버렸으니 어찌 다시 예전 모습을 보리요.
유한한 시간 속에 무상한 너와 내가 인연이 다하여 이제 헤어짐을 서러워하노라.
갑천살리기 위해 그대 몸은 죽었으나, 한 몸 희생하여 산자에게는 의자가 되고 죽은 자에게는 관이 되어 살신성덕(殺身成德)이루소서!
부디 그대의 잔가지 나마 지기(地氣)와 접하여 물 좋고 정자 좋은 강변길에 부활하기를 바라노라!
오호애재(嗚呼哀哉)라! 버드나무여!
상향(尙響)
(현재)
(청청 유색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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