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한 살 ‘대학생’ 이호순 할머니의 ‘꿈’
말이 대학생이지 그는 동네 성당에서 운영하는 노인대학에 다닌다.
“뭘 배운다는 거, 그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몰라. 이 나이에 ‘선생님!’하고 부를 수 있는 행복도 맛볼 수 있고. 가방 싸들고 공부하러 가는 재미도 쏠쏠하지. 사람들이 배움의 기회가 주어질 때는 정작 그 중요함을 모르는 것 같아. 그러니까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이 많지. 하지만 나이 들어 봐. 젊었을 때는 세월이 화살처럼 빠르다는 게 피부에 와 닿지 않은데….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늙어.”
일본어와 종이접기, 그림그리기 등 10여개 강좌 중 그가 선택한 학과(?)는 ‘붓글씨반’이다
오래전 남편과 사별한 후 아들내외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나이가 많아 붓글씨반에서 쫓겨나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60~70대 ‘젊은 언니’들 틈에 끼어서 기죽지 않고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매주 목요일에 학교에 가서 두 시간 남짓 선생님에게 붓글씨를 배워. 늘 그 시간이 기다려지지. 처음에는 ‘시어머니가 잘 해 낼 수 있을까’하고 지켜보던 며느리가 내 방 가운데 떡 허니 책상을 들여놓지 뭐야. 난생 처음 내 책상이 생긴 거야. 그거 알아? 평생 책상 없이 살다가 내 책상이 생긴 기쁨 말이야. 그 어떤 보물보다도 값진 선물이었어.”
그는 대학생이 된 후 매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다섯 시간 동안 붓글씨 쓰는 일에 열중한다.
“일단 붓을 잡으면 잡생각이 사라져. 집중을 해서 그런지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아. 친구들은 고스톱이 치매예방에 좋다고들 하는데 붓글씨에 빠져있어서 그런지 치매가 끼어들 틈이 없어.(웃음) 처음부터 하루에 몇 시간씩 붓글씨를 써야겠다고 맘먹지 않았어. 하다 보니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앉아있게 되더라고. 기회가 되면 내 이름을 걸고 전시회를 하고 싶은 꿈이 생겼기 때문이야. ‘늙은이가 그것도 대단한 실력을 갖춘 대가도 아니면서 전시회를 하느냐’고 손가락질 할지 모르겠지만. 글쎄 그건 내 꿈이야. 나이가 들었다고 꿈까지 포기하란 법은 없잖아.”
외아들을 변호사로 키운 그의 침대 위에는 붓글씨를 연습한 ‘흔적’이 수북이 쌓여있다. 그는 침대를 가리키며 “저것들이 지난 1년 동안 나와 동고동락한 분신”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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