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밭에서 단소를 불다

 

 


야밤에
청보리밭에서 단소를 분다

 

달은 구름속에 반쯤 비껴 누웠고
강물은 검은 수풀 속에서 소리 높여 따라 부른다

 

"부귀도 영화도 구름인양 간 곳 없고
어이타 녹수는 청산에 홀로 우는가"

 

돌이켜보면 지나온 반백이 마치 닷새의 파티인양 찰라간인데
앞으로 며칠의 꿈에서 깨어나면 마지막 커튼을 내리게 될런지

 

야밤에
청보리 밭에서 단소를 분다.

 

"이 강을 건너도 내 쉴 곳은 아니요
저산을 넘어도 머물 곳은 없어라"

 

(2009.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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