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인 방아다리계곡팬션에서 아침 일찍깼다..
부근 방아다리 약수터로 차를 몰고 간다..
여명에 입구에 울창한 전나무 숲이 신비감을 주고..
약수터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자태..
약수는 톡쏘는 탄산수..
명개리로 떠나기 전 상진부해장국집에 들러 콩나물 국밥을 시켰는데..밑반찬이 예술이다..
총각무 깍두기도 시원하고..김치도 칼칼하고..브로콜리 장조림도 특이하고..
평창군 진부에서 홍천군 내면 명개리까지 1시간 20분이 소요되고 게방산 운두령이라는 높은 고개도 넘어야한다..
가다가 졸린 눈을 달래기 위해 들린 2000천원짜리 핸드드립 커피집..
각종 원두가 종묘사 처럼 즐비...내가 즐기는 시다모도 보인다..
드디어 명개리 대산국립공원 내면분소에 도착..
오대산 서북쪽이다..
입구부터 자태가 다르다..
늘씬한 각선미하구..뽀얀 흙길하며..
길 옆으로 흐르는 계류는 내린천의 샹류답게 위풍도 당당하다..
그런데..비가 온다..
어제 미루었던 비..오늘 예보도 무시하고 구진 구진 내린다..
바람불어 춥기도 하구 얼릉 우비를 꺼내 입는다..
이길을 바라보면서 문득
산신령이 등장하여 금도끼와 은도끼가 내꺼냐고 묻는 기분이 든다..
비바람에 애궂은 낙엽만 죽어난다..
정리해고당하듯 으리삐리한 것들만 나뒹군다..
이길은 두로령까지 10km 구간이 완만한 오르막이다..
천연미인의 길이라 쉼터도 없으니 빗속에 그저 묵묵히 걸을 뿐이다..
이쯤에서 비가 잦아들어 잠시 쉬며 옥수수, 치즈, 육포로 요기하고..
보온용으로 로얄샬루트 100 캐스크 한모금 마시니..한기가 좀 가신다..
길은 점입가경..
점점 그림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느낌..
무슨 그림이냐고? 이발소 그림..ㅎ
아름다운 산하..
걷고 걷고 또 걸어도 질리지 않는 길..
돌아보니 구름은 산을 에워싸고..
바람은 우~하고 우는 만산홍엽의 가을이로세..
속세를 따난 이 산중에 니랑 내랑 싸울 일도 없고..
묵묵히 걷는 이 마음도 이것 저것 시비붙을 일없는 무쟁(無諍)삼매로다..
하나, 지족불욕 지지불태(知足不辱, 知止不殆)이라 했던가..
족한 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두로령 직전에서 아픈 발을 달래며 돌아선다..
계류가 쫑알대며 아는체한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버스 한차를 대절하여 상원사에서 명개리까지 내쳐 걸어보리라..
내년 봄 쯤에 이 가을의 붉음과 다른 신록을 이곳에서 느껴보고 싶다..
돌아오는 길에 들린 그리운 두부집에 판각이 내마음을 안다..
산산산..
산속에 들어 산길을 걸으며 산의 마음를 느꼈네..
공수래 공수거..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돌아가지만..
빈 마음에 가득찬 이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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