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슈 엔젠 에린지(惠林寺)

 

이절은 전국시대 가히, 시나노의 영주 다케다 신겐의 위패를 안치한 절..

오다 노부나가에 의해 신겐의 아들 가츠요리가 토벌되면서 이절의 주지 가이센도 불에 타 숨졌다..

가이센이 그때 남긴 말이 주련에 붙었다..

 

멸각심두화자량(滅却心頭火自凉)

마음 번뇌 없어지면 불 속도 서늘하다...

 

위 시의 원전은 중국 선시..

 

三伏閉門披一衲   삼복 무더위에 문 걸어 닫고 기운 옷 한 벌

兼無松竹蔭房廊   방 뜰엔 송죽 그 림자 하나 없다지만

安禪不必須山水   하필이면 편안하고 시원해야 참선일까

滅得心中火自凉   마음 번뇌 없어지면 불 속도 서늘한 것을.

 

두순학이 여름 어느 날 오공(悟空) 선사의 거처를 찾았다가, 선사가 참선하는 모습을 보고 읊은 시이다.

오공 선사는 찌는 듯한 삼복 무더위에 문을 꼭 걸어 닫고 누더기 승복을 걸친 채 참선하고 있다.

밖에는 소나무와 대나무도 자라지 않아 뜰에는 한 점 그늘도 없다.

하지만 참선이라고 해서 꼭 시원하고 편안한 곳에서 해야만 제 맛이겠는가.

아무리 무더운 곳에 있어도 마음의 번뇌만 없애면 저절로 시원하고 서늘해지니, 편안하고 자유자재한 삶이 마음 밖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두순학이 "마음 번뇌만 없애면 불 속에 있어도 저절로 서늘해진다"고 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진정한 깨달음의 경지를 읊은 시로, '멸득심중화자량'을 간단히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멸각심두화자량(滅却心頭火自凉), 멸득심두화자량(滅得心頭火自凉), 멸각심두화역량(滅却心頭火亦凉)도 같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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