竹儂 安淳煥(죽농 안순환:1881~1950)이 1924년에 쓴 글씨이다. 

 

그런데, 죽농 안순환의 이력이 재미있다..

그는 구한말 궁내부 주임관과 전선사장(典膳司長)으로 있으면서 어선(御膳)과 향연을 맡았었는데, 나라가 망하자  황토마루(현, 세종로 동아일보사 자리)에 회색빛 2층 양옥으로 명월관이란 요리집을 열어 궁중요리를 일반에 선보인다.

또한 술은 궁중내인이 빚었는데, 왕이나 먹을 궁중요리와 궁중의 술을 일반인이 먹을 수 있다는 획기적 발상에 인기를 끌었다.

더구나 그무렵 관기제도가 폐지되고 기생권번이 성립하자, 기생이 인력거를 타고 요리집에 출장나와 손님접대를 하게 되는데, 우산 쓴 기생행렬을 종로에 선보이는 광고로 명월관은 단박에 장안의 명물로 등장했다.

그이후 우리나라 한정식 요리는 이 명월관에서 유래된 메뉴라고 보면 된다..

명월관 기생의 수발을 받으며 궁중요리 맛을 즐기면서 흡사 왕이 된듯한 호사를 누려보려고 논 팔고 집 팔아 서울 올라오는 시골부자들도 적지 않았단다.

명월관이 1918년 쯤 불 타버리자, 안순환은 인사동 부근에 명월관 별관으로 태화관을 열었다.

이 태화관에 드나들던 의암 손병희의 역활로 이곳에서 3.1운동때 독립선언서가 낭독되는 곳이 되었고, 결국 그일로  요식업을 그만 두었다고 한다..

 

아마 그 이후 글씨에 전념하여 전국사찰에 많은 현판을 썼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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