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에서 점심은 유명한 갈비탕집에서 하려 하였으나 손님이 많다는 이유로 예약을 거절하여 농월정 부근에서 된장찌게를 먹었다..
그리고 들린 함양 개평마을의 일두 고택..
마을 입구는 선비마을 답게 서당에서 공부하는 벽화로 장식되었다..
절이던 고택이던 멋지고 오래가는 동네는 다 물을 끼고 산다...
좋은 물이 있으니 술이 없을소냐?
오늘 오전 화림계곡에서 필이 꽂혔던 소나무를 주제로 한 술이 있다..
이름하여 솔송주..
솔향기와 푸르름을 가슴으로 빚었단다..
그런데, 아쉽게 근무하는 사람이 없어 시음을 해보지 못했다..
일두 고택 소슬대문에 도착했다..
일두 정여창..조선 성종,연산군 시절의 문신...
길재 - 김종직으로 이어지는 조선 사림의 학맥을 이은 인물..
연산군 시절 무오 사화로 죽었다가 갑자사화(연산군이 어머니 복수를 위해 벌인 사화)에 부관참시되었다...
부관참시?? 죽은 사람 묘를 파헤쳐 관을 부수고 시체를 자르는 형벌이니 그 시절 참혹한 형벌이다..
여기가 사랑채다..
어디서 많이 본듯하지 않는가?
영화나 드라마가 수시로 촬영된다고 하더라..
충효절의의 글씨 사랑채에 걸렸다..
이상한 시기에 이상한 임금을 만나 뜻을 펴지 못하고 죽은 사람..
연산군..콤플렉스는 모성 결핍에서 시작되엇다..
부성결핍의 정조는 훌륭한 왕이 된 걸 보면, 모성결핍의 후유증은 심한가 보다..
성종떄 까지는 우리나라가 일본을 앞서갔다..
일본 사신이 오면 밤중에 한강에서 신기전 시범사격 훈련을 참관시켰다던가? 왜놈 사신들이 입을 딱벌리고 돌아갔단다..
그러나 연산군이 초치고 중종때 눙치고 명종때 떡치고서는 선조때 일본에게 맞아 떡실신된 나라..조선..
고택 안채앞 단정히 놓인 고무신 한켤레..
선비의 마음가짐 같다..
마을에 오면서 일두가 무슨 의미일까 생각했다..
북두성 같은 인물?? 말술 먹는 사람?? 그런데 좀벌레라니..
겸손하게 짓는 것도 과하다..한마리의 좀벌레...
과공(過恭)은 비례(非禮)요..비굴함은 교만의 원인이다..
대저 겸손하되 당당해야 한다..당당해야 비굴하지도 교만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도 겸손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지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고택과 유물관을 돌아 나오는데..후손의 집 대문에 멋진 글이 써있다..
마침 후손분이 나오길래 물어보니 뭐라고 하는데 경상도 억양이라 알아듣기 어렵다..
집에와 찾아 보니..
견현사제 見賢思齊..공자님 말씀이다..현명한 사람을 보면 어찌하면 자신도 그리 될수 있는지 생각하라..
동네를 돌다가 하동 정씨 고가라는 안내를 보고 들어갔더니..
또 멋진 글씨..청선암(聽蟬菴)'매미소리 들리는 집'..
커! 좋다..주안상 차려놓고 매미 소리 들으며 시조 한수 읊으면 좋겠다..
만귀정(晩歸亭)이라는 택호도 있다..
늦게 돌아온 집..무얼 늦게 왔다는 것인가?
오래 동안 벼슬길 있다가 늦게 물러나 낙향하였다는 의미인데..겉으로는 도연명을 흉내낸 것 같으나
나에게는 왕년에 벼슬 잘나갔다고 자랑하는 것처럼 들린다..
우청서재(又靑書齊)..
靑之又靑(청지우청)..푸르고 또 푸르다..퓨전으로 말하면 "끝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라는 말이 잇으니
우청서재란 또다시 푸른 공부방 정도 될까?
不見龍巖舊主人(불견용암구주인) : 용암의 옛 주인 보지 못했는데
鳥啼花落又靑春(조제화락우청춘) : 새 울고 꽃 지니 또 다시 푸른 봄이로다
嶺南何處栖禪穩(영남하처서선온) : 영남의 어느 곳에서 참선에 들어 평온한지
淸夢應稀紫陌塵(청몽응희자맥진) : 맑은 꿈에는 응당 도시의 흙먼지도 적으리라
-送海上人(송해상인) 김구용(金九容) -
일두 선생 산책길을 걷는다..
일두 선생이 실제 걸었던 길인가는 모르겠지만 동네를 굽어보는 노선이 마음에 든다..
초선정..함양의 유림 19인 뜻을 모아 건립한 정자로서 19인정이라고도 한다..
원래 상림 입구에 잇었는데..2012년에 이곳 마을 정일품 농원으로 옯겻단다...
농원 안에 있는 또다른 글씨..
神淸智明(신청지명) - “정신이 맑으면 지혜가 더욱 밝아진다”
그렇다..
고요하면 맑아지고 맑아지면 밝아진다..
그저 고요하라!!
이곳 정일품 농원의 주제..
산책길의 정점에 정자가 있다..
선암정이라..신선마을을 굽어보는 정자..
굽어보는 풍광은 이렇다..
동네의 기상은 자부송과 같다..
청산 자부송아! 네 어이 누웠는다?
광풍을 못이기어 뿌리젖혀 누웠노라
가다가 양공만나거든 나 예있다 하거라..
양반도 하도할샤..
정씨 뿐 아니라 노씨도 한자리 했다..
선조에게 올리는 권주가를 내가 채트려 만수주 한잔을 마셔볼까?
상념에 젖어 내려오는 강가에 정월 대보름을 장식하는 달집태우기 준비가 한창이다..
시간상 달밤에 달집태우는 풍광을 보지 못하고 떠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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