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 있는 사회는 항상 정답을 요구한다. 정답사회가 불행한 것은 정답이 되지 못한 대다수는 루저(패자)가 되고 불쌍해진다는 것이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웹툰 ‘정답사회’(작가 윤서인)에 나오는 대사다. 이 웹툰은 이른바 ‘정답을 요구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다양한 모습들을 담았다. 1년여 전에 나온 것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최근 SNS와 블로그를 중심으로 다시 퍼지고 있다.

우선 작가가 소개하는 한국 사회 정답 인생은 ‘정답 패션’족들. 다름 아닌 ‘청담동 헤어 컷, IWC 시계, 폴스미스 바지, 발리 가방, 락포트 구두…’로 치장한 명품족들이다. 이어 작가는 보다 직설적으로 우리 주변의 ‘정답 인생’을 나열한다. ‘나’보다는 ‘남’, ‘속’보다는 ‘겉’에 충실한 모습들이다.

“결혼식은 이 정도, 예물은 이 정도, 집은 이 정도 하셔야지.”

“요즘 가로수길이 뜬대, 삼청동이 뜬대, 겨울엔 어그부츠, 여름엔 레인부츠.”

“집은 월세지만 남들 보는 눈도 있으니 중형차 정도는 타줘야지.”

“월급은 100, 200(만 원)이지만 남들 보는 눈도 있으니 명품 백 정도는 들어줘야지.”

“눈은 이렇게, 코는 이렇게, 입은 이렇게 생긴 게 정답이지”….

정답에서 멀어진 ’오답 인생‘들에게는 이런 대사들이 날아온다.

“옷이 그게 뭐냐, 머리가 그게 뭐냐.”

“결혼한 지 몇 년인데 아직도 월세냐.”

“돌잔치를 이 정도는 해야지, 남들 보는 눈은 생각 안 하냐.”

“공부 안 해? 취업 안 해? 결혼 안 해? 애 안 낳아? 둘째 안 낳아?”

“A는 연봉이 얼마고, B는 대박이 났다더라.”

따지고 보면 ‘엄친아’ ‘엄친딸’이란 말도 ‘정답 인생’에서 파생된 유행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엔 돈도 잘 벌고 아이들도 잘 돌보고 부인한테도 자상한 정답 남편 ‘부친남(부인 친구 남편)’까지 등장했다. 작가가 지적하는 연령대별 정답 인생도 있다.

“10대? 공부 열심히 해서 SKY급으로 대학 가야지.”

“20대? 해외연수·토익·토플 스펙 쌓고 취업해야지.”

“30대? 좋은 직장 다니고 결혼하고 연봉은 얼마 정도 돼야지.”

“40대? 돈 잘 벌고 애 학원 잘 보내고 (직장에서) 잘나가야지.”

“50대? 노후대비, 생활 안정, (집은) 강남 분당에는 살아야지.”

“60대? 연금생활, 자식 결혼시켜 손자 손녀 보고 여유 있게 해외여행.”

작가는 한국에서 명품들로만 치장하고 살던 주인공 친구가 영국 유학을 떠나더니 확 변해버린 모습으로 나타난 것을 예로 들며 ‘정답 인생’에 반격을 가한다.

‘목 늘어난 티셔츠에 대충 기른 머리, 흰 운동화 차림에다 바지에 국물이 묻어도 며칠이고 그냥 다니는 식이다. 친구의 말이다. “여긴(영국) 내 옷에 신경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그동안 내가 뭐했나 싶어. 겉모습 가꿀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도 듣고, 책도 보고… 나는 지금 행복하다.”

요즘 SNS에선 ‘여덟 살의 꿈’이라는 노랫말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이 역시 ‘정답 인생’에 대한 과감한 ‘반격’이라 할 수 있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이오덕 동요제’에 선보인 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지었다는 노랫말은 이렇다.

‘나는 ○○초등학교(유명 사립초등학교를 지칭)를 나와서/국제중학교를 나와서/민사고를 나와서/하버드대를 갈 거다/그래 그래서 나는/내가 하고 싶은/정말 하고 싶은 미용사가 될 거다.’

‘정답사회’는 “우리 사회 최고 인생관은 ‘남들 생각하는 대로 살면서 남들 사는 만큼 살아가는 것’, 나는 지금 누구의 인생을 살고 있는가”라는 묵직한 물음을 던지는 것으로 마친다.

정말 나는, 우리는 지금 누구의 인생을 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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