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스스로 자신의 삶을 잘 편집해가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마흔 살까지만 해도 나는 거지였어요. 독일 유학에서 갓 돌아와서 교수도 못 되고, 한강 다리 아래서 낚시나 하면서 지냈으니까. 동문회에 나가면 쪽팔리기 짝이 없었지. 그런데 지금은 친구들이 다 나를 부러워해요. 나보다 돈도 훨씬 많은 의사, 변호사, 사장들이 왜 그러겠느냐 이거야.

내가 주체적인 관심을 가지고 내 삶을 행복하게 편집했기 때문이에요. 운이 좋게도 내게 여러 가지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지만,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스스로의 편집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망하는 건 한순간이에요. 그런데 나는 교수를 때려치우고 공부를 선택했어요.

그림 그리고, 내가 관심 있어 하는 편집학, 바우하우스 공부만 하니까 세상 제일 행복해.

이뿐만이 아니야. 관심사를 열심히 팠더니 글쓰기 방식이 달라지고, 새로운 책도 낼 수 있게 됐어요.

내 삶이 내가 원하는 대로 편집되고 있는 거죠.

 

- 김정운-

 

***

매년 조사에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부탄이나 필리핀보다도 낮게 나옵니다. 그리고 집단 불안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심리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교수님이 보시기에 왜 그런 것 같습니까?

 “한국 사회가 옛날과 비교해서 경제 수준이라든지, 정치적 민주화라든지 이런 형식적인 틀은 어느 정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그 틀을 채워나갈 수 있는 ‘삶의 내용’들이 풍성하지 못해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하면 즐거운지 모르는 채로 그냥 살다 보니, 자기가 느껴지지 않아 불안하고, 그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괜한 적을 만들어 정치적 이념을 가지고 싸우거나, 아니면 연예인 이야기하는 것밖에는 대화거리가 없는 삶을 살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풍성한 삶의 내용을 만들어 갈 수가 있을까요?

 “삶의 내용을 채우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끊임없이 주체적으로 공부해보는 것입니다. 내 삶의 관심사들이 다양해지는 공부를요

 

 -혹자는 삶의 내용을 풍성하게 하고 행복하기 위해 재미있는 무언가를 배우라고 하면 배부른 소리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셔요. 하루하루 살기도 바쁘다고요.

 “저 역시도 한때는 정말 바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 바빴나를 보니까 최소한 절반은 제쳐낼 수 있는 일들이었습니다. 먹고살기도 바쁘다고 내 삶의 내용을 채우지 못하는 것을 합리화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그렇게 합리화하면 내 미래의 삶은 누가 책임질까요? 앞으로는 은퇴하고도 30년은 더 산다고 하는데 나중에 늙어서 어떻게 하시려고요? 우리는 불안하면 관계 속으로 도피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꾸 퇴근 후 저녁 약속, 술 약속 만들어서 관계로 도피하려 하지 말고 주체적으로 자신이 즐거운 일을 찾아서 한 가지씩 배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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