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를 읽으며 나의 어머니 말을 생각본다..

경상도와 충청도 접경 지역에서 나서 상주에 가서 시집살다 충청도로 이사온 어머니..

어머니 특유의 말투들..

하랑산, 이말모지, 야지리기, 허바리,벤댕이속아지, 짬단이, 이지가지, 겉딲다리, 옹중이, 꼴꼴나다..등의 단어에 어머니의 추억이 묻어있다..


저자는 어머니의 충청도 말투로 시를 썼다..


  나이


나이 따질 때, 왜

만 몇 살이라구 허는 지 아냐?

누구나 어미 뱃속에서 만 년씩 머물다 나오기 때문이여,

어린 싹이나 갓난 것 보면 나두 모르게 무릎이 접히지.

우주정거장에서 만 살씩 잡수시고 나온 분들이라 그런 겨.

그러니께 갓난아기가 아니라, 갓난할배구 갓난할매인 겨.

늙구 쭈구러져, 다음 정거장이 가차워오면

애기덜헌테 턱수염 잡히구 지팡이 뺏겨두

합죽합죽 매화꽃이 터지지.

봄은 늙은이들 입가에서 시작되는 겨. 


***


    그믐달


가로등 밑 들깨는
올해도 쭉정이란다.
쉴 틈이 없었던 거지.
너도 곧 좋은 날이 올 거여.
지나고 봐라. 사람도
밤낮 밝기만 하다고 좋은 것 아니다.
보름 아녔던 그믐달 없고
그믐 없었던 보름달 없지.
어둠은 지나가는 거란다.
어떤 세상이 맨날
보름달만 있겄냐?
몸만 성하면 쓴다.

****
 
   노루발

꿈꿨는데 말이여, 얼굴은
니가 분명한데 몸뚱이는 노루인 겨.
근데 가만 살펴보니 발이 셋이여.
조심스럽게 노루에게 물어봤지.
큰애야, 뒷다리 하나는 어디다 뒀냐?
그랬더니 머루눈을 반짝이며 울먹울먹 말하더라.
추석이라서 어머니께 드리려고 다리 하나 푹 고았어요.
잠 깨고 얼마나 울었는지, 운전 잘해라.
뭣보다도 학교 앞 건널목 지날 땐
소금쟁이가 풍금 건반 짚듯이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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