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폭로로 얼마나들 바쁜가" "슈워제네거를 외계 특사로"
반 총장의 연설은 "최근 위키리크스 폭로로 얼마나들 바쁜가"라는 덕담으로 시작했지만, 영상 화면에는 바로 반 총장의 신용카드 번호와 컴퓨터 패스워드, 영화배달 서비스의 고객 회원번호와 모자 사이즈까지 뜨면서 만찬 참석자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위키리크스가 폭로 전문에서 미 국무부가 반 총장의 개인정보를 모으도록 지시한 것을 꼬집은 것으로, 반 총장은 웃으면서 "투명하지 않으냐"라고 반문했다.
반 총장은 지난여름 유엔이 외계 생명체가 접촉해 올 경우에 대비해 특사를 임명할 것이라는 루머를 상기시키며 "실은 유엔은 수십 년간 외계인과 접촉해왔으며 이제 외계 특사를 임명하기 위해 여러 후보와 접촉했다"고 말했다.
먼저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전화했더니, '웁스, 나는 그렇게 순진하지 않아요(I'm not that innocent)'라고 말했다"며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히트곡을 흉내 냈다.
"오프라 윈프리와 접촉했으나 그녀의 프로그램은 이미 시청률이 너무 높아 관심이 없었고,
도널드 트럼프는 외계에 대한 계획서를 제출하기 전까지는 유망해 보였으나 온통 '트럼프 플래닛'으로 장식한 계획서를 보고 '당신은 해고야(You're fired)'라고 말했죠." '당신은 해고야'는 인기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에 출연 중인 트럼프가 단골로 하는 얘기다.
반 총장은 "레이디 가가를 볼 때 '그녀는 완벽해(레이디 가가의 히트곡)'라고 생각했다"며 "나는 왕이든 대통령이든 누구든지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안 됐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어 반 총장의 전화를 받은 심야 코미디 프로 스타 스티븐 콜베어가 영상화면에 등장해 "나는 1분에 30단어를 말할 수 있는 우주특사로 정말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너스레를 떤 뒤 역으로 "반기문 총장을 달 특사로 임명한다"고 역공을 펼쳤다. 그러자 반 총장은 "나는 이미 외계로 나갈 계획이 있다"며 "무엇보다도 이미 지구상에는 방문할 수 있는 나라가 바닥이 났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올해도 지구촌 곳곳의 분쟁과 재난지역을 쫓아다니느라 지구를 10바퀴 이상 돌았다.
반 총장은 "오늘 밤 이건 진짜 큰 뉴스이고 특종"이라며 "우리는 유엔 외계 특사를 뽑았는데, 그는 어떻게 외계인을 다루는지 알고 스타도 안다"며 외계특사를 소개했다. 그러자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영상 화면에 등장해 "나야말로 자격 있는 사람인데 이제야 선정됐다"며 "프레데터를 통해서 외계인을 물리친 바 있고, 내 스스로 미국에서는 이방인(alien) 취급을 받는다"고 말하자 테이블마다 숨 넘어가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반 총장은 연설을 마무리하며 "아이티 지진으로 수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는 등 올해는 도전의 한 해였다"며 "내년을 내다보면 수단과 코트디부아르, 그리고 수많은 분쟁지역이 염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좋은 소식은 유엔은 그곳에 항상 희망의 등대로 있다는 것"이라고 송년 연설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