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정원의 기쁨을 품고 선암사로 간다.

선암사 매화는 좀 늦게 피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꽃은 만개보다는 반개하였을 때 보러간다는 싯귀절을 흥얼거리며 간다..

好花看到半開時  (호화간도반개시)

 

요즘 길도 많이 생기는데 여기는 남도 삼백리 천년불심길 타이틀이 붙었네??

 

남도삼백리길은 순천만 갈태밭, 낙안읍성, 조계산, 선암사, 송광사를 걷는 길이다.

https://blog.daum.net/wjpark2002/209375

 

그중에 9코스 천년불심길은 선암사 - 굴목재 - 송광사를 걷는 길이다..

 

선암사 승선교와 강선루는 여전하다..

 

신선이 올라오는 승선교..

신선이 내려가는 강선루..

신선들도 정으로 오고 가는가?? 

 

만세루 뒷편에는 육조고사(六朝古寺)라는 편액이 붙어있다..

글씨는 서포 김만중의 아버지 김익겸이 쓴 글씨란다.

김익겸은 병자호란때 강화성 문루에서 대신 김상용과 함께 순국한 사람이다.

김익겸의 부인은 서포를 임신한채 강화도를 탈출하여 서포를 낳았고, 큰 아들 김만국은 숙종의 장인이 된다. 

육조고사의 의미를 보면, 중국 위진남북조시대 남쪽의 6나라(오,동진, 송, 제, 양, 진), 즉 육조시대 양나라 무제 때 달마대사가 중국에 도착하여 선불교가 시작되는데, 육조시대에 뿌리를 둔 오래된 선사라는 의미 쓴 것으로 보인다.

 

법당앞 기와불사는 예술작품으로 승화될 경지에 이르렀다..

 

홍매가 아련하다..

구름처럼 몽환적이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미인의 모습이라니..ㅎ

 

백매, 홍매 사이에 노란 산수유가 잠시 끼어든다.

봄날의 꽃들은 모두 무죄다..

 

고목나무에 피어난 백매의 모습은 눈이 내린 것 같다. 

 

선암사의 매화는 선암매라 하여 600년의 세월 피고 지며 연조를 자랑한다..

 

선암매는 다른 매화보다 늦게 만개한단다.

지금이 반개상태라 "好花看到半開時  (호화간도반개시)"로다..

 

이끼낀 기와에 살며시 내려앉은 눈 몇송이, 아니 구름 몇조각.. 

 

 

무우전(無憂殿)..걱정없는 집..

도닦으며 늙어간 원로 스님을 위한 공간이라니, 정말 걱정없는 집이겠다.

매화 가득한 공간에 도닦으며 늙어가는 인생..

무우시절(無憂時節)이로다..ㅎ

 

진홍매, 연홍매..붉음도 가지가지..

우리 인생도 가지 가지..

 

선암매 홀릭의 시간..

 코로나를 잊고 코로나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시간...

 

선암매와 즐기는 지금이 무량수..극락이로세..

 

선암매와 동창이라는 와송..

이 봄에도 느긋이 누워 동창의 번성함을 푸른 미소로 응원한다..

 

매화향기 묻히고 돌아가는 길..

신선들이 어찌 노나 살펴보려고 승선교 아래로 내려가니, 강선루 신선들도 모두 매화구경 떠났구나..ㅎ

 

 

순천 걷기에 나섰다..

몇달 전부터 남도 풍악을 즐기자는 제의에 굴목재 걷기를 끼워 넣으니 제법 그럴듯한 행사가 되었다..

순행행 특집 CD도 만들어 육자배기를 들으며 선암사에 도착..

 

 

 

입구에 트레이드 마크인 승선교가 아치로 팔을 벌리고 반갑게 맞아준다..

 

 

신선으로 오르는 승선교를 지나면 신선이 내려오는 강선루가 나타나는 것은 무슨 조화 속인가?

그렇게 신선이 오르락 내리락하니 절 이름이 선암사가 될밖에..

 

 

절안에 야단법석이 벌어졌다..

이판사판 총출동하시고..ㅎ

 

 

얼릉 굴목재 길로 접어든다..호젓한 길이 펼쳐지네..

 

 

이렇게 흙길 임도가 쭈욱 이어질 줄 알았는데...

 

 

울창한 편백나무 숲을 걸어간다..

 

 

정말 아름들이 나무들이 즐비하다..

 

 

그러더니 분위기가 전형적인 산길로 바뀐다..

 

 

어째 이상하다..고아한 흙길로 연상한 것은 무슨 까닭이었을까?

내쳐 울퉁 불퉁 산길을 하악 하악 땀흘리며 오른다..

 

 

큰 굴목재를 넘어서니 반가운 내리막이 펼쳐진다..

 

 

굴목재를 상징하는 보리 비빔밥..

선암사 등산지도에도 등장할 정도..그런 인기 탓인지 보리밥집이 한군데 더 늘었다..

물론 원조 보리밥집에서 먹는데..땀을 흘린자에게 밥이 얼마나 맛나는지 체험으로 가르쳐준다.. 

 

 

밥집위로 가을이 성큼 내려 앉는다..

 

 

밥집의 밥솥...그안에 숭늉이 사골국물처럼 절절 끊고 있다..

 

 

이젠 식후경을 즐기러 다시 떠난다..

 

 

어렵쇼 다시 오르막..송광굴목재를 넘으면 그뒤는 내쳐 지루한 내리막이 펼쳐진다..

 

 

가을엔 편지를 하겟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싸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이런 고은 시의 가을 편지도 어울리고..

 

 

그대 사랑 가을 사랑

단풍일면 그대오고..

그대 사랑 가을 사랑

낙엽지면 그대 가네..

 

이런 노래도 어울리는 계절..

 

 

계곡물이 맑은 곳에 숨을 내려놓고 잠시 발을 쉬게한다..

 

 

추억의 그리움에 발을 담그니 차가운 한기 살속 깊이 파고 든다..

여름은 벌써 오래전 이야기..

 

 

이제 길은 송광사로 접어든다..

 

 

이곳 단풍은 1-2주 뒤에나 절정이 될듯..

아직은 일편단심처럼 존경을 받네..

 

 

그렇게 세월의 터널을 빠져 나간다..

 

 

돌아서 지나온 노정을 바라보니 그저 평범한 산등성이 속에 가려져 있네..

 

 

송광사..소나무 들판의 절..

 

 

가을의 척후 붉은 옷을 입고 닥쳤다..본대는 1주일 거리..지리산 쯤에 있을까?

 

 

송광사..고려 시대 돈오점수로 유명한 보조국사 지눌로 대표되는 절...

돈오돈수를 주장하는 성철선사와 붙으면 어찌될까? 

 

 

승보사찰..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 이후 16국사를 배출하였다니..

요즘 카톨릭식으로 하면 16교황을 배출한 격이니 대단한 역사가 아니던가..

 

 

역시 절의 역사는 소나무가 대변한다..몇아름의 소나무 굵기를 감탄하며 걷는다..

그래 이런 길에서 기를 받는 거야..

 

 

국민국사..라는 호칭을 붙여도 될 법한 법정스님의 글귀가 산중에 붙었다..

오늘의 덕담이다..

무소유..란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다...

나아가 불필요한 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눈다..

나에게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나눌 수 잇는 정신력은 절제..자족..안분지족아닐까? 

 

 

그런 길에는 소나무건 편백나무건 널널하고 서로 여유가 있어 좋다..

 

 

길도 필요한 부분만 내고 물도 필요한 만큼만 흐르고..

그렇게 공존하며 조화하며 산다는 것..그것이 자연스러운 길이다..

걸으며 배운다..

자연은 투쟁이 아니라 조화를 가르친다는 것을...

 

<길 평>

1. 코스 : 선암사 주차장- 승선교- 강선루- 선암사 뒷간- 작은 굴목재 갈림길- 편백나무 숲길- 큰 굴목재- 보리비빔밥집- 송광굴목재

            - 송광사- 일주문- 주차장 (8km)

2. 총평: 난이도 측면에서 걷기코스로는 중상급, 그러나 시간 여유를 가지고 거친 숨소리와 땀을 흘리기에는 가을에 걷기 좋은 곳..

            적당히 지치고 허기질무렵 먹는 보리 비빔밥이 꿀맛..이런 맛 못느끼는 사람은 갈 때가 다 되었으니 점검바람 (B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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