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 사랑] 재신(財神)과 지족(知足)

중국의 상점이나 호텔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사자성어는 공희발재(恭禧發財)로서 "돈 많이 버십시오"라는 뜻이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신상(神像) 역시 돈의 신인 재신(財神)이다. 원명(元明)시대에 편찬된 '도장 수신기(道藏 搜神記)'나 '삼교수신대전(三孝?搜神大全)' 같은 책들에 따르면 재신(財神)은 조공명(趙公明)인데, '봉신연의(封神演義)'에 나오는 인물이다. 재신은 무재신(武財神)과 문재신(文財神)으로 나뉘는데, 월왕 구천을 도와 강국 오나라를 무너뜨린 범려(范?) 같은 인물이 문재신, 조공명과 관우(關羽) 등이 무재신이다. 중국 고대 '상서(尙書)' 홍범(洪範)편의 유명한 오복(五福) 중에 첫 번째가 수명(壽)이고, 두 번째가 부(富)이니, 중국인들이 고대부터 재물을 숭배했음은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선비들이 재물을 천시했기에 재신을 모시지는 않았지만 우리말의 여러 속담들은 민간에서는 재물 숭배 사상이 중국 못지않았음을 보여준다. 조선 후기 조재삼(趙在三)이 편찬한 '송남잡지(松南雜識)'에 "돈이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有錢使鬼神)"는 말이 실려 있는 것이나 "돈이 많으면 두역신(痘疫神)도 부린다"는 속담이 이를 말해준다. "돈이 제갈량(諸葛亮)이다"라는 속담도 돈만 있으면 제갈량 같은 사람도 부릴 수 있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돈 많은 것이 나쁠 것은 없으나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으니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이 문제이다. 세상에는 돈이 없어 생기는 문제 못잖게 현재의 삼성특검처럼 돈 때문에 생기는 문제도 많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만족함을 아는 지족(知足)을 중요한 생활윤리로 삼았다. '노자(老子)' 44장의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知足不辱 知止不殆)"는 데서 나온 말인데, '그칠 줄 알라'는 뜻에서 지족(止足)이라고도 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종교마저도 재신(財神)이 지배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재신이 유일신이다. 우리 마음속의 재신을 다스리는 것이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이 아닐까? 그래서 필자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을 신년의 사자성어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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