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차 병오 11월 을측 삭6일 갑오 국왕 금 감소고우

 

국왕 금(昑·영조의 이름)은 선빈(先嬪·돌아가신 어머니)의 영전에 고합니다.

아, 소자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무술년(1718년) 이후로 세상 살 생각이 모두 없어졌습니다.

지금은 사계절에 드리는 제사조차도 몸소 행하지 못하니 하늘에 계신 어머니의 영혼은 어두운 저승에서 반드시 서운해 하실 터입니다. 항상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한밤중에 눈물을 삼키곤 합니다

아, 오늘 이 술잔에 6년 동안 펴지 못했던 마음을 폅니다

 

영조가 왕위에 오른 지 2년째 되던 1726년 11월 6일 ‘숙빈최씨치제문초(淑嬪崔氏致祭文草)’를 직접 썼다

영조는 왕이라도 친어머니의 제사를 지내기도 어려웠다. 한 나라의 국왕으로 일개 후궁의 제사를 직접 지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1670 ~1718)는 일곱 살에 궁에 들어와 숙종비 인현왕후 처소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미천한 신분이었다. 1689년 인현왕후가 폐비된 후 왕비의 생일상을 차려놓고 혼자 눈물짓다가 숙종의 승은(承恩)을 입었다고 전해진다.

둘째 아들(영조)이 임금이 되기 전 49세 나이로 눈을 감았다.

 

무수리 충신 후궁의 아들로 태어나 장희빈의 아들 경종의 동생으로서 남인,노론, 소론의 당쟁 와중에 겨우 겨우 왕위에 올랐으나

어머니의 제사조차 변변히 올리지 못하더니 나중에는 아들 사도세자를 사사하는 아픔을 겪엇던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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