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필이라고 모두 명필은 아니다.

다만 독특한 체취를 띠고 있다.

선승들의 글씨는 법첩이나 교본에서 벗어나 있거나. 기예 측면에서 부족한 면이 있어도

걸림없이 자연스럽게 휘갈긴 멋과 맛과 기운이 살아 있어 볼수록 깊은 맛이 나는 경우가 많다.

 

 

 

근대 불교의 중흥조 경허..

 天下覓醫人 灸猪左膊上 (천하멱의인 구저좌박상)

 천하의 명의를 찾았더니 돼지 왼쪽 어깨에 뜸을 뜨네.

 

글씨보다도 시에 더 관심이 간다..

원시는 이렇다..

 

懷州牛喫草(회주우끽초)
益州馬腹脹(익주마복창)
天下覓醫人(천하멱의인)
灸猪左膊上(구저좌박상)


회주 땅 소가 풀을 뜯어 먹는데

익주 땅 말의 배가 터질듯 불러

천하의 이름 난 의사를 찾았더니
돼지 왼쪽 어깨에 뜸을 떠주더라

 

당나라 두순선사의 계송..

무슨 뜻인줄 알겠는가?

뱁새가 대붕의 뜻을 다 짐작하려면 가랭이 찢어져 죽는다..ㅎㅎ

 

위 글씨는 경허의 무애행처럼 행서도 거칠 것이 없구나..

 

만공의 즉심시불

경허의 제자..허벅지 살이라도 베어 내어 시봉하고 싶다던 제자..

총독부 전국 주지회의에서 일갈의 사자후를 품던 기개는 그 스승에 그제자..

어째 글씨는 백범의 총알체를 연상케한다..

 

 

경봉 선사의 글씨

달마도를 그리고 뭐라 썼는데 해득하기 어렵다..

 

궁리 끝에 알아낸 것은

只許老胡知, 不許老胡會

지허노호지  불허노호회

 

노호가 깨달음은 인정하지만 알음알이를 내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

 

뱁새가 대붕의 뜻을 알려면 머리가 터진다..

한번 터져 볼까?

노호란 늙은 오랑캐라는 뜻이니 인도에서 건너온 달마를 이름이다..

이글의 원전은 참선 공안집 무문관 9측이다..

 

흥양 양 선사에게 한 스님이 물었다.

“대통지승불은 십겁의 오랜 세월을 좌선도량에서 공부하고도 불법이 나타나지 않아 성불을 못했다는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양 선사가 말하였다.

“듣고 보니 그렇구나.”

스님이 말하였다.

“이미 도량에 앉았는데 무엇 때문에 불도를 이루지 못했습니까?”

양 선사가 말하였다.

“그가 성불을 못했기 때문이다.”

 

이 공안 아래 무문이 평창하기를,

只許老胡知, 不許老胡會. 凡夫若知, 卽是聖人. 聖人若會, 卽是凡夫.

노호는 다만 반야의 지혜로 깨달은 것은 인정하지만 알음알이를 내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범부도 깨달으면 곧 성인이라하고 성인도 알음알이를 내면 바로 범부인 것이다.

 

이어 송(頌)을 붙이되

몸을 가다듬음이 마음 깨침만 하겠는가

마음이 요득하면 몸에 근심 없는 것을

만약 몸과 마음이 더불어 요득하다면

신선이 무엇 하러 고관대작을 찾겠는가?

더 궁금하신가? 그러면 무산본각 저 무문관 강설을 보면 임제선사의 우는 애기 젖주며 달래는 듯한 자세한 설법이 나온다..

 

 

 

성철의 불..

5공시절..명실불상부..언행불일치의 시대..

이주일이 나와서 뭔가를 보여드린다면서 오리걸음을 걷고, 얼굴이 아니고 마음이라 외치며 웃겻지만..

모두 따라 웃을 뿐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표어로 눈을 가리고 마음보다는 돈을 쫓아 다녔던 시절..

산속의 한 선승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고 일갈한다..

너무 당연한 한마디에 사람들은 한 바가지 찬물을 마신양 시원해햇다..

물론 곧 잊고 갈증에 시달렸지만..

 

그렇게 간결한 그의 법어는 글씨도 간결하다..佛..부처..그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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