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의 法에서 佛家의 法으로
'아함경' 10년걸쳐 번역한 변호사 이상규씨
"절에서 福만 빌지말고 함께 공부하자고 펴내"

▲ 이상규 변호사는 “일반 신자들도 부처님 말씀, 곧 법(法)을 함께 공부하자는 뜻에서 책을 냈다”고 말했다.

/ 이명원기자

“스님이나 전문 불교연구자가 번역한 경전들은 ‘잘 아는 입장’에서 번역하고 해설했기 때문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일반 신자도 부처님 말씀을 이해하기 쉽도록 제 나름대로 재정리했습니다.”

올해 71세의 원로 변호사·법학자 이상규(李尙圭)씨가 10여년에 걸쳐 초기 불교경전인 ‘아함경(阿含經)’을 번역·재편집, 7권짜리 ‘전해오는 부처의 가르침’(해조음)을 펴내 눈길을 끈다.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만 19세에 고시 행정과, 이듬해엔 사법과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해 법제처 법제관, 국립중앙도서관장을 지냈고 1980년 문교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공직을 떠난 후에는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고려대 법대 객원교수도 지냈고 지난 5월부터 환태평양변호사협회(IPBA) 회장을 맡고 있다. 그가 세속의 법에서 부처님의 법의 세계로 시선을 돌린 것은 회갑 때부터.

“60년 삶을 돌아봤습니다. 열심히 살았고 ‘본전은 찾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론 진한 회의가 들었습니다. 고시 준비시절 접했던 불교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었습니다. ‘다시 원점(原點)’이라고 마음먹었죠.”

이씨는 그 후 사건수임도 줄이고 평일은 하루 5시간 이상, 휴일엔 10시간 가까이 불교공부에 투입했다고 한다. 첫 결실은 지난 2000년에 발간한 ‘금강경의 세계’. 그 후 집중적으로 매달린 것이 이번에 발간된 ‘부처의 가르침’이다. ‘아함경’은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후 제자를 비롯한 대중들에게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설법한 내용을 구전(口傳)으로 이어오다 문자로 정리한 초기경전.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승불교에서는 이해력이 낮은 사람을 위한 소승불교의 경전이라고 경시(輕視)돼 왔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아함경은 구술(口述)형식으로 전해 왔기 때문에 부처님의 육성(肉聲), 원음(原音)에 가깝다”고 말했다. 특히 아함경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내용들을 ‘불교의 근본원리’ ‘연기법(緣起法)’ ‘중도론(中道論)’ ‘실천수행론’ 등 주제별로 일목요연하게 재편집하고 번역과 해설을 붙인 것이 이씨가 펴낸 책의 가장 큰 특징. 번역문도 불가피한 경우를 빼고는 일반용어로 고치고, 그 뒤에 부처님이 설법할 당시의 상황과 배경을 상세히 해설하고 있다. 생생한 해설을 위해 인도를 여러 차례 답사, 현지의 지리와 기후 등을 상세히 파악했음은 물론이다.

이씨는 “부처님도 열반에 드실 때 ‘나를 의지하지 말고 법(法)에 의지하라’고 하셨듯 불교는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종교”라며 “이 책은 불교신자들에게 절에 가서 복만 빌지 말고 함께 공부하자고 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수기자 han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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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숙세의 인연으로 맺어진 분..이제 불법 삼매에 드셨으니..그 향기 은은하고 멀리 멀리 퍼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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