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제사를 지내고..

가족이 계룡산 삼불봉으로 향했다..

모처럼 한가한 주차장에서 매표소 직전 천장골 표지판을 보고 들어간다..

예전엔 무당골이라 불렀던 것 같은데..

계곡엔 물이 넘쳐난다..

 

 

돌길을 쉬엄 쉬엄 걸어 큰 배재를 넘어서면 남매탑 가는 길이 편안하게 보인다..

남매탑 직전에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는데..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소리가 울려퍼진다..

 

 

스님들의 반야심경 염송이 끝나고 있었다...

 

 

 

남매탑 사방에 놓인 작은 조각들에 눈길이 간다..

 

 

가시 빼준 은혜를 갚으려한 호랑이의 오버로 의남매의 인연을 맺고 수도한 수행자들의 이야기..

돌거북이 말없이 대변한다..

 

 

삼불봉 가는 길에 한 수도자가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겼다..

 

 

남매탑에서 부터 삼불봉까지는 600미터 남짓하지만 경사심한 까풀막이다..

어머니..

생전에 이런 험한 길을 쌀을 이고 어찌 올랐을까?

자식들의 치유를 기원하는 발걸음에 힘든 줄도 몰랐을까? 

 

어느날 문득 삼불봉에 올라가고 싶엇다.. 

예전에 어머니와 같이 걷던 길은 저수지에 잠겼기에...

 

 

숨이 턱에 차 삼불봉에 올랐다..

오를적엔 비방울까지 떨어지더니 정상에 오르니 일시에 구름이 걷히고 저 멀리 한밭벌이 보이네..

 

 

천왕봉의 능선을 바라보며..

언젠가 천왕봉에도 올라보아야지..다짐해본다..

생각이 씨가 되어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운다는 것을 알기에.. 

 

 

하산 길..

삼불봉 고개마루에 막걸리 한동이 놓고 파는 노파에게 막걸리를 1잔 청하며 묻는다.

어디서 이고 왔는지? 갑사 쪽에서 왓단다..

 

선문답에 등장하는 유명한 떡파는 노파가 있다..

용담사 아래에서 떡을 파는데..

금강경을 달달왼다는 덕산에게 점심(點心) 떡을 팔면서

"금강경에 과거의 마음도 얻기 어렵고, 현재 마음도 얻기 어렵고 미래의 마음도 얻기 어렵다(過去心不可得現在心不可得 未來心不可得)  했는데, 스님은 어떤 마음에 점을 찍으려 하시오?" 라고 물어 덕산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는..

한석봉의 어머니 못지 않은 실력인데..

 

삼불봉의 막걸리 파는 노파에게서 어머니의 치열한 생존 정신을 느꼈다..

 

 

동학사로 가는 하산 코스에서 예전에 듣지 못한 계곡 물소리를 즐기며 내려오다 잠시 발을 씻으며 땀을 달랜다..

마침 동학사 입구..세진정(洗塵亭)..띠끌을 씻는 정자에 도착햇다..

 

 

동학사는 경허 선사의 오도지로 유명하다..

당시 동학사에서 불경을 가르칠 정도의 유명 강사였던 그가 서울 가는 길에서 만난 콜레라..그 죽음의 두려움을 직면하고 머릿 속 지식에 회의를 느끼고 동학사에 내려오자 학인을 해산하고 치열한 참선구도에 들어간다..

몇개월후 문득 사미승의 "콧구멍 없는 소((無鼻孔牛)"라는 소리에 크게 깨닫고, 서산 천장사에서 보림하며 선지를 가다듬는다..

 

 

홍안도 사랑하고 백발도 사랑하며

건강한 삶도 사랑하고 병약한 죽음도 사랑한다는 만해의 시에서 그 편린을 느껴본다..

 

 

 

 

동학사를 나서다 고개 돌려 삼불봉을 바라본다..

여기서 보면 삼존불처럼 보인다 하여 삼불봉이라는데..

이 우매한자는 자꾸 이리 저리 고개만 끼웃 거린다..

 

<길평>

1. 주차장-천장골-큰 배재 - 남매탑- 삼불봉- 남매탑- 세심정- 동학사 - 주차장 (7KM)

2. 교통 편리하여 적당히 땀흘리고 가족과 가볍게 식사하기 좋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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