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사 석탑)
마실길 걷기에 나섰다..
금산사- 귀신사-싸리재-금평저수지로 이어지는 모악산 마실길 2코스
금산사 주차장..초입 관광안내소 뒷편으로 닭지붕으로 오른다..
들머리에 표지를 크게 붙이면 좋을 텐데..
모악산..어머니 산 이름답게 펑퍼짐한 응뎅이로 눌러앉아 주변의 새끼들 다 거둬 멕일 넉넉함이 보인다..
닭지붕 정자 꼭대기에 봉화 닭실마을처럼 닭 장식이라도 얹어 놓지..
유래도 모르는 닭지붕에서 잠시 쉬다가 도통사 길로 정상쪽으로 향하다 금산사의 전모를 들여다본다..
도통사 길은 참 걷기 좋은 흙길이라 신이 난다..
백운동 마을으로 하산..
이곳도 어지간히 외진 곳이었나 보다..흰구름이 머무는 동네란 지명만 보아도 안다..
추석이 낼 모레랜데 밤송이는 언제 벌어지나..
붉은 빵빠레를 불어주니..길이 환해진다..
백운동 길은 참으로 정겹다..사람 냄새가 묻어난다..
어느 재실 현판..금산제월..
금산에 비 갠후의 달빛 같은 풍모의 선조들이 살았나보다..
이곳이 깊은 산골인 이유..
울진 금강송길에 세상물정 모르는 촌 잠자리들은 사람 손가락 위에도 앉더만..
하여, 스틱을 들고 백운동! 3번 외치니 정말 스틱위에 앉네..ㅎㅎ
이 넘들도 세상물정 모르는 순딩이로구나..
이번 추석엔 푸른 대추로 제사지내야 하나부다..
아주까리 동백아 열지마라..누구를 꾀자고 머리에 기름 바르겠나..
한적한 동네 어귀..울도 담도 다 풀 속에 가렸네..
어느덧..청도마을에 도착..
동네 구멍슈퍼에서 아이스께끼 하나 사들고 룰루랄라 걷는다..
귀신사..
첨에 이름을 듣고 귀신? 했었는데..歸信..믿음으로 돌아가는 절..
배롱꽃이 아름다운 대적광전..
법신불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대적광전..
우리나라 산들의 비로봉은 비로자나 부처님에서 유래한다는..
삼국통일 시절 화엄10찰의 하나로 지어져 전주 인근을 통할하는 큰 절 행세를 하면서 백제 시대 절인 금산사도 수하에 부렸었는데..
어느 때 절은 불타고 이제는 작고 아담한 절로 남았다..
아름다운 꽃범의 꼬리의 모습에 명부전의 염라대왕도 미소짓겠다..
여기에 도착한 시간이 마침 일요법회후 공양시간이라 넉넉한 절인심으로 과객에게도 밥상을 차려준다.
모처럼 절밥을 잘 먹고..돌아보니..
금강경 한귀절이 눈에 들어오네..
응무소주이생기심..
마땅이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
채찍의 그림자만 보아도 알아서 달리는 준마 같은 사람은 일언지하에 깨닫는다는데..
위 한 귀절을 듣고 마음이 열렸다는 분이 조선 조계종의 개조의 할아버지 격인 6조 혜능 아니던가..
절 기와도 한소식했다..
사람만 소식을 모른다..
울 밑에선 봉선화도 절집에선 정갈한 자태가 난다..
석사자와 석 거시기의 비방 있고.. 고려시대 석탑이 고즈녁하게 자리잡은 참 아담한 절이다..
기와 법문 들어봅시다..
귀신사의 적덕에 힙입어 싸리재로 오르는 길이 힘들지가 않다..
개망초와 흰꽃들이 흐드러지는 길..달밤에 소금장수 걸어갈 법한 길이다..
이 길은 구성산을 감돈다..
산길이 이리 구성지게 감도니 구성진 가락이라도 들을 참이다..
사라 브라이트만의 더스트 인 더 윈드..
저멀리 금평 저수지가 눈에 들어온다..
슬슬 지리산 둘레길의 내리막 콘크리트 길의 악몽이 되살아 날려고 할 무렵..
키 큰 나무가 동곡 마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위로한다..
마을 어귀를 흐르는 개울 따라 걸어가니 무릉도원이 나오네..
아..긍게 식당이름이 그렇탄 얘기여~
꽈리 이쁘게 물이 올랐다..
이 작은 동곡마을에 예전부터 인물 걸사들이 배출되엇으니..
제비산 자락에 자리한 곳에 정여립이 살던 집터가 있다..
이 곳을 중심으로 금구, 원평 등지에서 다양한 계층으로 대동계를 결성하고 선조 연간 정해왜변때 대동계원들과 출전하여 무공을 세우기도 하였던 그 사람..
율곡의 지인으로 출세하다가 율곡 사후 율곡을 비판하며 집권 동인과 가까이 지내다 당쟁의 한복판에 서게 된 인물..
그의 변설 중에 천하는 공물이라 어찌 일정한 주인이 있겠느냐는 논리가 나중에는 역적의 표징이 되었는데..
이곳 표지판에 이를 들어 영국의 올리버 크롬웰보다 50년이나 앞선 공화주의자인양 설시하고 았다..
하지만, 정여립이 공화주의자라는 것은 너무 오바한 것 아닐까?
변덕스러운 선조에게 찍혀 당대에 출세하기 어렵게 되자, 판을 뒤집어 자기 중심으로 새판을 짜려 하였하였을 뿐 아닐까..
기축옥사 단초의 그의 행적을 보면 혁명가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 동네엔 증산도 교주 강증산의 동곡약방도 있다..
증산은 1901년 모악산 대원사에서 도통하고 1908년 동곡마을에 거주하는 신도의 집에 동곡약방을 열어 가난한 자의 질병을 치료해주는 이른바 천지공사를 행하다가 1909년 이곳에서 귀천하였으니 이곳이 증산교의 성지이다..
비석에 쓰되,
큰병의 약은 안심 안신(安心 安身)이라..즉 마음을 편히 하고 몸을 편히하라..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라는 유명한 글귀도 있네..
동동 동심원이라는 멋진 공간이 있었는데..아픈 다리 핑계로 가보지 않았는데..
쉴곳이 절실했던 우리에게 딲맞는 공간인데 정보 부족으로 지나친 것이 후회된다..
모악산 기슭은 왕년의 계룡산 신도안에 못지 않는 가히 종교의 백화점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종교들이 펼쳐진 이면에는 이 땅에서의 삶이 팍팍했으리라 짐작이 된다..
종교로도 해결안되는 민초들이 들고 일어나니 이 근처 원평들은 녹두장군 동학군의 최후의 결전지라..
동학군들은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 주문을 외우며 왜병과 싸우다 결국에 신무기의 화력에 당하지 못하고 무너진다..
금평저수지는 이 모든 천하사를 알고 있으리라...
그란디..금평저수지에서 금산사로 가는 길이 좀 황당하다..
차가 연락부절인 도로를 걸어가란다..
한여름이고 수질이 좋다면 아쿠아 슈즈 신고 걸어가련만..
이 구간은 비추..
차도를 걷다가 길가에 멋진 둥구 나무와 너럭바위가 잇어 벌렁누워 토막잠을 청한다..
차소리도 소낙비 소리처럼 느끼며 잠시 졸았더니 원기가 회복된다..
다시 걸어 백오동 마을에 도착..
1908년 이 곳에 세워진 한옥교회..
남녀7세 부동석의 시절이라 남녀 구분을위해 ㄱ자 구조를 가졌다는 웃기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좌간 예나 지금이나 아이디어는 반짝거리는 민족이다..
고색창연한 종탑에서 간절함이 묻어난다..
하느님은 우리가 치는 종소리를 들어 주실까?
인간들은 남이 두두리는 소리에 귀를 귀울이고 사는가?
<길평>
코스 : 금산사 주차장 - 관광안내소 뒤편 들머리 - 닭지붕- 도통사길 - 백운동 마을 - 청도마을 - 귀신사 - 싸리재 - 구성산 임도 -
- 가산골 쉼터 - 동곡마을 - 동곡약방- 동심원-금평저수지 - 백오동마을 - 금산교회 - 금산사 주차장 총 13km
총평 : 금산사-귀신사- 싸리재 까지는 A급, 구성산 임도 - 금평저수지동곡마을 구간은 포장구간도 잇고 땡볕에 힘듬 B급,
금평저수지 - 금산사 C급, 길 표지 부족..총평은 역사와 신학이 살아 숨쉬는 코스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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