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날씨 명절휴일..무얼할까 고민할 거  없이

길을 나섰다..황토길 걸으러..

비가 오나 눈이 오나..외지로 가지 않을 땐 만만하고 편안한 계족산으로..

 

 

오늘은 늘상 가던 법동 소류지를 지나쳐 송촌체육공원으로 들어갔다..

그곳 길은 내게는 신천지다..

안널은골-망골을 거쳐 오솔길을 오르니 눈에 익은 저수지..읍내 방죽이 보이네..

 

 

보슬비가 소리없이 내리기 어렵다..

여린 꽃잎들이 아우성을 치니..

빗방울이 송글 송글..막 샤워를 끝내고 물방울 뚝뚝 떨어뜨리고 걸어나오는 처자의 모습 아니런가..

 

 

연화사를 지나 임도 삼거리로 오르는 이길은 사시사철 언제 보아도 싱그럽다..

내년 벚꽃 피는 달 밝은 날 이길을 걸어 보리라..

 

 

어쭈구리..청설모..

인간만 득시글한 세상에 그래도 청설모..까치..아니면 인간들만 심심해서 어이 사나..

 

 

임도 삼거리에서 황토길의 척후 강아지를 만났다..

이름이 "사랑이"란다..

배에 가득 황토를 묻히고..히히낙낙이다..

숏다리라 그러냐고 놀리기는 했지만 그저 황토길이 좋아서 미끄럼이라도 탄 모양이다..

 

 

우선 아이스께끼를 하나 물고..

비내리는 황토길..그 반짝이는 자태를 보자..

 

 

아무 생각없이 신과 양말을 벗어들엇다..

미끈덕한 느낌..진뜩 진뜩 발가락 사이로 솟아나는 촉감..

어릴 적 논뚝길의 추억의 새록 새록..

 

 

저 3부녀 신이 낫다..

항상 가족들의 표정을 보면 아이들보다 부모들이 더 신이 난다..

 

 

보슬비 오는 거리에 추억이 젖어 들어

상처난 내 가슴은 눈물 뿐인데..

 

올드송을 들으며 노닥거리며 걸으니

보슬비에 젖어드는 것은

추억이 아니라 즐거움이더라..

 

 

황토길이 끝나는 절고개에 발씻는 곳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없어 다시 황토길을 돌아가 중간에 발씻는 곳에서 세족하고 의관을 정제후에 법동소류지방향 하산로로 내려간다..

요즘 지천인게 물이라..

물이 귀한 이 계곡에 물이 졸졸 흐른다..

 

 

나무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은 제법 심심산골의 자태를 갖추었다..

 

 

길가의 늙은 바우 영감은 구여운 담쟁이 손자의 재롱을 희롱하느라 지나는 객엔 관심이 없고..

 

 

그렇게 걸어 내려오자 쑥부쟁이, 개미취가 가득하네..

올 가을엔 쑥부쟁이, 개미취, 구절초 구별안을 완성하리라..

 

 

습지 데크 인근에 간이식당에 들러

따스한 잔치국수를 시키고 기다리면서 막걸리 한잔..

정갈한 도라지무침..고추무침..열무김치..안주가 정겹다..

 

 

이 집 식당의 벽화를 보랴?

한쪽 벽에 봉선화 병풍이 멋지게 둘러쳤다..

가을 연탄불 피울때 양미리와 진국으로 삶은 잔치국수 먹으로 다시 와야겠다..

 

 

소류지가 끝나는 여수로에 오늘의 덕담이 써 있네..

사랑하는 이여! 행복하시라!

 

 

벌써 성질 급한 코스모스는 피었다 지고있네..

 

 

한여름의 질긴 인연 "토종닭, 토종개의 수난"은 지긋 지긋한 빗물에 씻겨 여름과 함께 작별을 고하는 중이다..

 

 

코스모스..그래 가을이야..

아무리 이른 추석이래도 세월은 어쩔 수 없는거야..

그 속에서도 날마다 새로운 해피데이를 발견하면 되는거지..

 

 

<길 평>

1. 코스 : 송촌 체육공원 - 안널은골- 망골-읍내방죽-용화사-연화사-임도삼거리-황토길-절고개- 황토길 회군-법동 소류지 하산길-  

             법동 소류지-송촌체육공원(12KM)

2. 총평 : 흙길 오름에 땀좀 흘리다가 시원한 바람부는 황토길에서 트위스트라도 추어보면 해피데이 소리가 절로나는 멋진 코스 A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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