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천에 사는 것
갑천에 산다는 것은 환영받는 일이다.
강가 어귀에서 토끼풀이 행운의 미소를 짓네.
흰 토끼풀은 말할 것도 없고
희귀한 붉은 토끼풀도 언제 왔는지 고개를 내밀고
질경이는 쌍수를 들어 환영이다.
소리쟁이 큰 소리로 환영사를 외치면
연도에 늘어선 다닥냉이는 깃발을 수십개씩 휘두르고,
개망초는 화산화해(花山花海)를 이루며 열광한다.
어린 망초들은 앞자리 차지하려고 아우성이라
기치를 늘어세운 위풍당당한 개밀도
질서 잡느라 여간 고생이 아닐쎄.
어지러운 환대의 물결 속에서
요염한 모습의 노란 기생초는 물론이고,
수줍은듯 숨어 보는 파란 달개비나
연분홍 메꽃의 은근한 눈빛을 피하기 어렵네.
갈대야 먼발치로 눈인사만 보내도 옛친구처럼 믿음직하고,
호젓한 곳에서 꼬리치는 강아지풀은 귀엽기 그지없고,
키큰 이웃의 어깨위에 무등을 타고
고개를 내미는 한삼덩굴은 열성 팬이라 할까?
환대에 대한 답례로 제방 계단에 서서 단소 한곡조 부는데
강중 교각 왜가리는 짐짓 무심하더니
한소절 어긋나니 고개돌려 쳐다보네.
나도 갑천의 일부가 되어가는가?
(2006. 6. 30.)
개망초 다닥냉이
한삼덩굴 붉은 토끼풀
달개비 기생초
강아지풀 망초
메꽃 토끼풀
소리쟁이 개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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