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천에 사는 것 2

 


갑천에 산다는 것은 생명을 느끼는 일이다.

 

오리어미와 구남매 새끼들이 알콩달콩 살아가고

검은 해오라기는 어도 넘는 고기 지키는라 여념없고

백로는 운좋게 아침 마수거리를 잡았다고 희희낙낙인데

왜가리는  먼산 보듯 딴짓이다.

 

이래 저래 물 속 피래미만 죽을 상이고

정작 팔둑만한 잉어는 제 천하인양 지느러미를 내놓고 휘젓고 다닌다.

 

강가 다리 밑에 떼지어 앉아있는 비둘기는 비루먹은 행색이고

부근 철탑에 짖어대는 까치도 쌩뚱맞기는 마찬가질쎄!

지난 낮 열정의 춤을 즐기던 나비는 거미줄에 대롱거리고

풍뎅이는 풀잎뒤에 메달려 아침이슬을 피하고 있다.

 

갈대에 노니는 참새는 남의 시비거리도 되지도 않은데

오랜 만에 외출나온 달팽이만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는 중이다.

 

 

(2006. 7. 7.)

 










'갑천별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갑천에 사는 것 4  (0) 2011.09.18
갑천에 사는 것 3  (0) 2011.09.18
갑천에 사는 것 1  (0) 2011.09.18
장마와 강  (0) 2011.09.18
동방명주(東方明珠)  (0) 2011.09.1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