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천에 사는 것 2
갑천에 산다는 것은 생명을 느끼는 일이다.
오리어미와 구남매 새끼들이 알콩달콩 살아가고
검은 해오라기는 어도 넘는 고기 지키는라 여념없고
백로는 운좋게 아침 마수거리를 잡았다고 희희낙낙인데
왜가리는 먼산 보듯 딴짓이다.
이래 저래 물 속 피래미만 죽을 상이고
정작 팔둑만한 잉어는 제 천하인양 지느러미를 내놓고 휘젓고 다닌다.
강가 다리 밑에 떼지어 앉아있는 비둘기는 비루먹은 행색이고
부근 철탑에 짖어대는 까치도 쌩뚱맞기는 마찬가질쎄!
지난 낮 열정의 춤을 즐기던 나비는 거미줄에 대롱거리고
풍뎅이는 풀잎뒤에 메달려 아침이슬을 피하고 있다.
갈대에 노니는 참새는 남의 시비거리도 되지도 않은데
오랜 만에 외출나온 달팽이만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는 중이다.
(2006.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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