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폭동사태' 처방전은 우리에게도 유효

  • 홍승수 한국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

 

지난 8월 발생한 '영국의 폭동사태'는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부유하고 평화롭다고 믿었던 '신사의 나라' 영국이 폭력·약탈이 난무하는 무법국가로 변했기 때문이다. 특히 11~12세쯤으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웃으면서 가게를 부수고, 부상당한 사람을 도와주는 척하면서 물건을 훔치는 모습에 전 세계가 경악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고민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폭동 원인으로 인종·가난·긴축정책이 아닌, 젊은 세대의 '도덕성 붕괴'를 꼽았다. 그에 따른 몇 가지 처방전들을 내놓았는데 이채로운 것은 바로 청소년 단기 여름캠프인 '국가시민서비스(NCS)'를 전국에 확대해 의무실시하자는 것이다. NCS는 중등교육 자격검정시험(GCSE)을 마친 16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기에 사회적 책임감과 지역사회 기여능력을 심어주자는 취지에서 지난해부터 실시되고 있다. 3주 동안 가정환경이 다른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등산·로프하강법 같은 캠핑활동과 양로원 봉사활동 등을 실시한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 대한 호응이 높아, 매년 여름캠프 자원자만 3만명을 넘어섰다. 캐머런 총리는 "팀워크·훈련·의무 같은 단어는 구식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이것이야말로 소외되고 화난 청소년들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라며 "모든 16세에게 국가시민서비스 프로그램이 통과의례가 되도록 하자"며 법제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지구 반대편 일이지만 우리에게 일깨워 주는 바가 크다. 우리 청소년들 역시 사회적 격차로 인해 도전할 기회마저 뺏기고 있지는 않은지, 초·중·고 12년 동안 대학만 보고 달려온 학생들이 남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잊어버리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청소년 비행·탈선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우리 사회 역시 캐머런 총리의 처방이 유효하다.

우리의 청소년들은 대학입시에 매몰돼 문제를 푸는 능력이 뛰어날지는 몰라도, 남에 대한 배려,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도전정신, '1+1=3'이 될 수 있다는 엉뚱하고 창의적인 상상력 등은 부족한 것 같다. '자연보다 위대한 스승은 없다'고 한다.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우리 청소년들이 산과 들, 강과 바다에서 몸과 마음을 닦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교육당국이 앞장서야 할 것이다. 대자연에서 인성과 감성 그리고 창의성을 기르는 것은 밥 먹는 것만큼 중요하다. 캐머런 총리의 처방전이 우리에게 사후약방문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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