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인가.

“50여 년 전 한국은 여타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국민소득이 몇백 달러에 불과한 나라였다. 하지만 지금 모습을 보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한다. 부럽다는 느낌도 있지만 한국이 한 것들을 우리도 하면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는 “특히 정보기술(IT) 분야 강국인 한국을 모범으로 르완다를 동아프리카 IT허브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자원은 없지만 우간다 부룬디 콩고민주공화국 탄자니아 4개국에 둘러싸여 있는 지리적 특성과 대다수 국민이 단일 언어(키냐르완다어)를 쓰고 성인의 70%가 읽고 쓸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기자가 르완다를 방문했을 때(본보 10월 31일자 A1면 참조) ‘인종학살 박물관’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해골들과 피에 전 희생자들의 옷을 그대로 전시했다. 난자당한 시신들을 미라로 만들어 놓은 곳도 있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아무리 부정적인 것이라도 과거는 역사의 일부다. 따지고 보면 나라는 분열되었을지라도 국민은 분열된 적이 없다. 단지 (식민지배 국가에 의해) 분열된 것처럼 보이도록 강제되었을 뿐이다(르완다는 벨기에 식민지였다). 내전 후 우리는 ‘정말 다른가’ ‘다르다 해도 서로 죽이는 일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왜 우리보다 더 다양한 인종, 종족, 문화를 가진 나라들에서는 학살이 발생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졌다. 결국 ‘용서’만이 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용서’는 ‘망각’이 아니다. 르완다에는 희생자, 생존자, 학살자들이 함께 살고 있다. 처음에는 학살자들에 대한 일부 보복이 있었지만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면 포용했다…사실 대안이 없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마지막 말에선 용서나 화해를 선택한 것이 명분이나 가치를 추구한 결과라기보다 생존을 위해서였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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