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서지환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말하기를, 송나라 탁계순이라는 사람이 혜주에 유배된 소동파를 찾아가 뵙고 돌아갈 때 글씨를 요구하면서, 그 옛날 당나라 때 채명원이 안진경의 글씨를 갖고 있어서 세상에서 이름을 얻었듯이 저도 공의 글씨를 얻는다면 이름이 묻히지 않을 것이니 이로써 만족하겠습니다라고 말하여 소동파가 기꺼이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써주었듯이 저도 선생님의 글씨를 하나 받아 세상에 이름을 남기고 싶습니다라며 청했다.
그래서 완당은 서지환에게 글씨를 한 폭 써주며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 서지환이 천리길 멀리 와서 나를 용산(龍山)의 병사(丙舍)로 방문하여 · · · · · · 탁계순의 고사를 이끌어 글씨를 요구하니 내 써주기는 써준다. 그러나 내 글씨로 인해 (그대의) 이름이 세상에 전해지고 전해지지 못하는 것은 (내게) 따질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