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걷기에 나섰다..봄..여름..가을에 가본 둔주봉 - 피실 일대를 한겨울에 간다..
우리 나라 걷기의 장점은 4계가 주는 즐거움이 다 개성이 다르다는 것..
대전에서 지하철(판암역)- 607번 버스(옥천버스 하차) - 안남행 버스 (안남면사무소 하차)하여 옥천군 안남면사무소에서 잠시 쉬며 뒷 버스로 오는 일행을 기다린다..
얘기중에 면사무소 직원이 우리 일행이 피실에서 대청호를 횡단한다니 눈이 휘둥그래진다..
그동안 영하 10이하의 맹추위가 계속되어 대청호가 결빙되었으나 지난 주말 며칠 포근하여 얼음 두께가 걱정이 된단다..
특히 1.2.에 우리의 목적지인 석탄리 안터마을 빙어 축제장에서 대청호수의 눈제거 작업을 하던 트렉터가 얼음이 깨져 수심 6m 아래로 침수하여 기사가 사망하였단다..그때 얼음 두께를 보니 그리 두껍지 않아 빙판위의 빙어축제는 천면취소되엇단다..우리 일행에게도 만류한다..
지난주 답사를 다녀온 가이드의 인솔에 따르면 되겠쥐..
출발이다..면사무소에서 둔주봉을 오른다..
눈으로 분바르고 안개로 물광을 낸 자연이 아름답다..
한떼의 아이들이 비료푸대를 들고 깔깔거린다..
동네 안길은 자연 눈 썰매장이다..
자연과 사람..같이 해야 아름답다..
둔주봉 전망대에서는 한반도 지형이 안개 속에 잠자고 있다..
잠을 많이 자야 미인이 된다더만..
한걸음 더 올라 옛지명 등주봉 정상에서 고사를 지내며...
무사한 대청호 횡단 성공을 빈다..
눈 속에 덮힌 대청호 나타나자, 가슴마저 뛴다..
한지착설낙편편 寒枝着雪落翩翩 가지에 얼어붙은 눈 편편이 떨어지고
송운풍청후만천 松韻風淸吼晩天 저무는 하늘에 솔소리 바람소리
석상정공회수망 石上停筇回首望 얼음 위에 지팡이 짚고 고개 돌리니
옥봉고엄조설변 玉峰高掩鳥雪邊 옥봉우리 높이 새 한마리 눈곁을 난다.
잠시 뜨거운 라면안주에 불소주 한잔으로 몸에 더운 기운을 불어 넣고..
설경을 즐기고..
피실을 향해 걸어간다...
우리보다 더 배짱 좋은 사람은 ATV를 몰고 빙판의 설원을 질주한다..
피실 부근에서 대청호를 횡단하는데..마음은 얼음 밑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동행의 손을 꼭잡고..
하지만, 이내 이 아름다운 설경에 눈과 마음을 빼았겼다..
꽃피는 봄에 진달래꽃으로 화전 붙여 먹으며 구스타프 말로를 사칭하여 "청춘의 봄"을 열창하던 피실이 이렇게 멋진 백설공주로 변신하다니..
그대는 영원한 피오나 공주..
백옥의 이부자리라도 이렇게 눕고 싶을까..
누워서 보고 서서 보고..
피실 건너 정자에서 매생이 떡국을 곁들여 점심을 먹고..
흥을 깨지 않으려 호수 설빙길을 따라 안터마을로 향한다..
금수강산에 4계절이 아름다운 이 강산에 사는 우리들..
정녕 행복을 잊고 사는 그대! 잘들어..
옆집보다 좀 못살아도
이만하면 살만한 세상 아니야!!
그러니, 오해하지 말고 들어!
걸어보게, 행복 위를 걸을 수 있으니..
가끔은 이런 물서린 곳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얼음이 견고했다..
하지만, 이런 빙판걷기는 한겨울..
그것도 영하 10도 이하의 맹추위가 지속되고, 1월 소한과 대한 사이에서만 가능한 일임을 명심하시라..
사랑한다! 사랑해!
가슴 벅찬 그 이름..부르고 불러도 모자란 사랑아..
아! 대청호..
호수의 설원은 끝이 보이는듯해도
가까이 가면 갈수록 끝없이 이어지고
저 바람에 실려가듯 또 계절이 흘러가고
눈사람이 녹은 자리 복사꽃, 조팝꽃 피어나겠지
가려무나, 가려무나
모든 순간이 의미가 있었으니
세월아 가려무나, 아름답게
다가오라, 지나온 시간처럼
이날 듣던 이런 노래들이 흐르면 눈앞에 하얀 빙설의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리라..
지난 여름 친구들과 뱃놀이하던 이곳의 얼음도 세월의 두깨처럼 무겁다..
저멀리 우측 오대리 선착장이 보인다..
오대리 뱃길도 얼어붙었다..
돈이 발언하면 사람은 침묵하고..
벼슬이 발언하면 백성이 침묵하고..
얼음이 발언하니 배가 침묵한다..
자연이 벽호백전(碧湖白田)의 매직과 여백과 침묵의 붓질로 환상의 예술을 창조했다..
대청호! 너, 멋지고 영원한 갤러리..
그림 속에 들어가 그림이 되어 걷다가 그림 밖으로 나오려니 술에서 깨어나듯 통증마저 느껴진다..
빙어축제는 끝났으나, 남아도는 빙어를 사다가 초고추장을 입혀 막걸리를 한잔하면서 취기로 오늘의 행복한 통증을 닫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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