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진제형이 벼슬을 그만두고 촉으로 돌아가는 길에 산중을 지나다가

오조스님에게 도를 물었는데 이야기 끝에 오조스님이 말하였다.

 

"제형은 어린 시절에 '소염시(小艶詩)’를 읽어본 적이 있소?

그 시 가운데 다음 두 구절은 제법 우리 불법(佛法)과 가까운 데가 있습니다. "

 

"소옥아!  소옥아! 자주 부르지만 볼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랑(낭군)이 내 목소리를 알아줬으면 함이다."

빈호소옥원무사(頻呼小玉元無事) 지요단랑인득성(祗要檀郞認得聲)

 

위 시는 당 현종 때 양귀비와 안록산의 밀회를 빗댄 시다..

양귀비가 소옥아 소옥아 하고 부르면 진짜 소옥을 부른 것이 아니라 안록산이 듣고 오라는 뜻이다..

 

그러나 제형은 연신 "네!” "네!” 하였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오조(법연)스님은 자세히 생각해 보라고 하였다.

때마침 시자인 원오가 곁에 섰다가 물었다.

"제형 거사가 그 말을 알아들은 것입니까?”

"그는 소리만을 알아들었을 뿐이지.”

"단랑이 나의 목소리를 알아줬으면 하였는데 그가 그 소리를 들었다면 어찌하여 깨닫지 못했습니까?"

그러자 오조 스님이 크게 할을 외쳤다. 

 

원오은 이 말끝에 문득 느낀 바가 있어 방문을 나서는데, 닭이 홰에 날아올라 날개를 치며 우는 모습이 보였다.

이에 다시 혼자 말하기를, "이것이야 말로 바로 그 소리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오도시를 지었다.

 

金鴨香銷錦繡幃  笙歌叢裏醉扶歸

금압향소금수위  생가총리취부귀
少年一段風流事  只許佳人獨自知
소년일단풍류사  지허가인독자지


비단 휘장 안 금압(金鴨) 향 스러지고
추한 몸 부축하여 노래 속에 돌아가네
총각의 첫날밤 풍류사는
오직 같이한 여인 홀로 알겠지.

 

***

요새말로 풀면 스님이 장윤정의 "어머나" 가사 한귀절을 읊었더니

제자가 깨달았다는 것이니 이 도의 경지는 시적이면서도 농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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