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스님 뵐 때마다 궁금했는데, 그냥 묻겠습니다. 스님은 깨달으셨나요.
“나는 가짜 중이야. 개인적으로는 도(道)도 깨달음도 없다고 생각해. 이렇게 얘기하면 몇 놈 죽자고 달려들 거다. 잘 써라. 서부영화 보면 카우보이가 황금을 평생 찾다 결국 못 찾고 죽잖아. 깨달음이란 게 그런 것 아닐까. 내게 이 세상에서 가장 기쁘고 좋은 날은 죽는 날이야.”
―부처님이 바라는 세상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습니까.
“남편을, 아내를, 직장 상사를, 동료를 부처님이다 이렇게 여기면 되지. 꼭 절에 가서 절하고 보시하고 이래야 하는 게 아니야.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을 부처님으로 생각하고 공들이고 눈물 나지 않게 하면 되는 거지. 이게 사람들이 태어난 목적 아니겠나. 이걸 잊으면 안 돼. 또 경전은 여행을 위한 일종의 안내서나 가이드북이야. 깨달음 자체와 경전 자구에 집착하면 사람이 구속돼. 강을 건넜으면 뗏목은 버려야지.”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난 윤회라는 게 죽어서가 아니라 살아서 윤회를 받는다고 생각해. 그러니 살아 있는 한 순간 한 순간이 중요한 거지. 일일일야 만사만생(一日一夜 萬死萬生), 하루 사이에 만 번 죽고 만 번 사니, 얼마나 열심히 살아야겠어.”
―아이들 때문에 고민하는 가정이 많습니다.
“정주영 책 한번 봐라. 정주영이 도망가니까 아버지가 쫓아가 잡았는데도 그 뜻을 꺾지 못하잖아. 그때 정주영이 ‘예’ 하고 아버지 뜻대로 살았으면 나중에 천하의 정주영이 됐겠나. 부처도 처자식 버리고 가출하잖아. 봐라, 김 기자야, 아들이 네 뜻대로 살면 잘해 봐야 잘난 기자밖에 더 하겠나.(웃음)”
그러면서 스님은 말을 보탰다.
“30여 년 전 내가 미국 구경 갔다 돈 떨어져 식당에서 접시를 닦았어. 근데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다니는 여학생이 우연히 부자인 아버지와 마주치는 것을 봤어. 짧은 영어로 ‘부자인데 왜 딸을 안 돕느냐’고 물었지. 그랬더니 그 아버지가 ‘사람은 돈 버는 재미로 사는데, 그걸 뺏으면 딸은 어떻게 사느냐’는 거지. 그리고 자기 돈은 학교나 교회, 단체에 기부하면 된다고 하더라. 귀한 자식이면 세상 공부를 시키면서 기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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