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길 가는 길에 고정희시인 생가에 들렀다..
솔직히 나는 모르는 시인이라 동행들에게 물어봤다
시인의 시 제목이라도 아는 것이 있느냐고..
그랫더니 누가 스마트폰으로 검색하여 보여준다..
하늘에 쓰네/ 고정희
그대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
하늘에 쓰네
그대 오지 않아도 나 그대 속에 산다고
하늘에 쓰네
내 먼저 그대를 사랑함은
더 나중의 기쁨을 알고 있기 때문이며
내 나중까지 그대를 사랑함은
그대보다 더 먼저 즐거움의 싹을 땄기 때문이리니
가슴속 천봉에 눈물 젖는 사람이여
억조창생 물굽이에 달뜨는 사람이여
끝남이 없으니 시작도 없는 곳
시작이 없으니 멈춤 또한 없는 곳
수련꽃만 희게 희게 흔들리는 연못가에
오늘은 봉래산 학수레 날아와
하늘 난간에 적상포 걸어놓고
달나라 광한전 죽지사 열두 대의 비파에 실으니
천산의 매화향이 이와 같으랴
수묵색 그리움 만리를 적시도다
만리에 서린 사랑 오악을 감싸도다
그대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
동트는 하늘에 쓰네
그대 오지 않아도 나 그대 속에 산다고
해지는 하늘에 쓰네
하늘 난간에 적상포 걸어놓고
달나라 광한전 죽지사 열두 대의 비파에 실으니
천산의 매화향이 이와 같으랴
한 대목에 필이 꽃힌다..조지훈의 후예를 만난 것처럼..
그 어떤 칭송 보다 가슴을 울리는 찬탄은 뜰 앞에 핀 철 모르는 목련 봉오리와 눈송이가 아닐까?
맞지 않은 궁합으로 시집살이 하듯 시대를 살다가 시인을 추모하는듯 ..
다시 허허로이 빈들을 걸어가 버스로 향한다..
그동안 무수한 정희를 만났지..박정희..이정희..고정희..임정희..
모두 제 팔자대로 살아간다..
누구는 파도만 보고 바람은 보지 못하고..
누구는 바람만 보고 파도는 보지 못하고..
바람도 보고 파도로 보고 돛단 배처럼 파람을 타고 시대를 세상을 질주할 자 그 누구이던가?
잠시 동네 어귀에서 곁불을 쬐며..
삶을 생각하고 인생을 생각한다..
그렇게 우연히 만난 시인..
새로운 만남이 어떤 연기가 될 수 있을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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