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의 땅의 역사를 보다가

민비의 고향집 장면 배경에 등장한 시 한수..


산정사태고(山靜似太古)

일장여소년(日長如少年)

여화유가취(餘花猶可醉)

호조불방면(好鳥不妨眠)


원래 이 시는 북송 시인 당경의 시 취면(醉眠)에 나오는 귀절이다..


이어지는 싯구는 다음과 같다..

세매문상엄(世昧門常掩)

시광점기편(時光점己便)

몽중빈득구(夢中頻得句)

념필우망전(拈筆又忘筌)

 

산은 태고적처럼 고요하고

해는 소년시절처럼 길고 길다

남은 꽃에도 오히려 취할만 하고

새소리에도 단잠을 방해받지 않는다.

세상일 어두워 문을 닫고 살지만

시절이 좋으니 돗자리도 편안히 여겨지네

꿈 속에는 자주 좋은 싯구가 떠 오르는데

붓만 들면 문득 까마득 잊어 버리네


왜 그 집안에 이 싯귀절이 걸려있었을까요?

시아버지 대원군을 쫓아내고 자신의 일족으로 요직을 채워 휘두르던 권력의 맛은 마치 취해서 자는 것 처럼 달콤했을 것이다..

민씨 일족이 가렴주구하느라 군인들 월급을 13개월이나 연체하다 임오군란의 난리가 일어나고

동학군을 막는다고 청군 끌어들이려다 일본에게 당하고 꼭두각시로 전락하더니

진령군 무당의 말에 놀아나 국고를 탕진하고

부귀영화를 계속 이어가려고 아비의 산소를 오천육장(五遷六葬)하지만

결국엔 자신은 왜놈 칼에 죽고 나라는 망한다..


꿈속에서 많은 황금을 얻으면 무엇하나?

깨고 나면 빈 손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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