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통골에서 자라나 가마골로 시집갔다. 아들 셋 낳았다고 칭찬들을 때는 몰랐네. 
늘그막에는 딸이 보배라는 것을. 

큰아들 학교 입학해서 백점 맞아왔을 때 처음으로 신랑에게 큰 소리 한 번 쳤다. 

못 배운 애미 뱃속에서 백 점짜리 나왔다고. 
사랑하는 내 아들아. 부디 공부 잘해 판사 되고 검사 되소. 이 애미도 어디 한번 호강하고 살아보게. 

욕심이 과하면 동토가 난다더니 큰아들 출가하고 남편마저 가출하니 남은 것은 철부지 어린 것들. 

여기저기 귓속말 들려온다. 저 집 아들 중질 갔단다. 
집 나간 두 남자, 그리고 집에 남은 두 남자. 구멍 뚫린 가슴 모진 바람 지나간다. 
부모 복 없으면 남편 복 없다고 어디 자식 복 있겠냐만.

그래도 우리 시님 법회 온다 소식이 있어 뒷자리 숨어 난생 처음 법문을 듣고 보니,

이제사 알겠다 애미 뱃속에서 부처가 나온 것을. 
어쩌랴, 기쁨도 잠시 중생심이 발동하니 니 혼자 부처되면 뭐 하노. 

자식은 애미를 버릴 생각이 있지만 애미는 자식을 버릴 마음이 없다는데 

한 자식 출가하면 구족이 승천한다고 어디 한번 묻어갈 수 있는지. 
다음 생엔 절대로 중 엄마 되지 마소. 

차라리 중이 되고 말지.  

 

- 월암 스님 - 

 

https://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0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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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때 도문스님의 법문을 듣고 출가했다.

현재 문경 한산사 용선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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