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부터 대둔산 월성봉 철쭉이야기를 들었지만, 몸이 노둔하여 이제사 오를 맘이 생겼다.
지도를 보면 1.파랑, 2. 주황 3. 핑크, 4.노랑 코스가 있는데, 오늘은 핑크 코스로 올라서 노랑 코스로 내려온다.
입구에서 월성봉까지 2.8km
편한 계곡길로 시작한다..한 여름에도 애용해도 좋을 길이다..
1km를 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우측으로 올라갔다가 좌측 길로 내려오는 곳이다..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더니 숨차게 돌길을 올라가야 한다.
철쭉단지 입구라는데, 달랑 철쭉 한 송이가 마중나왔다??
아니, 이넘들이 때가 중천인데, 여즉도 자고 있나??
시절이 모두 10일이상 앞서 백화제방인데, 여긴 아직도 주나라 시절이란 말인가??
이게 철쭉단지의 현황이다.
지난 주 누가 올린 글에 이번 주에 만개할 거라더니..헐..
능선을 따라 돌다보니 군데 군데 철쭉이 보이긴 한다.
멀리 대둔산 주능선이 한심한듯 내려다 본다.
"글씨, 헤찰하고 있더만..쯧쯧"하는 표정이다..
한 등산객이 말한다.
"'관리를 안해서 그래요, 몇년전에 축제할 때는 꽃이 좋았어요.
지금은 잡풀, 억새한테 쳐서 꽃이 시원치 않아요"
"산 철쭉도 관리하나요? 지리산 바래봉도요?"
"아마, 그런데도 관리할걸요??"
어찌되었건, 월성봉 철쭉은 이제 존재감이 없어졌다.
허탈한 심정으로 앉았다가 문득 기분을 만회할 방도가 생각났다.
얼마전 도착한 송가인 추천 커피와 사인 잔을 꺼내 과테말라 아티구아 커피를 핸드 드립하여 마신다.
대둔산 병풍 앞 핀 몇 송이 철쭉이었지만, 그녀의 커피로 향기로웠다.
월성봉에 오르니 독야청청 소나무가 기품있게 반겨준다.
마치 그녀의 트롯을 듣는듯하다..
멀리 논산 탑정저수지와 최근에 완공된 출렁다리가 보인다.
어서 오라는 청약의 유인인가?
바랑산의 간드러진 허리 밑에 배꼽처럼 자리잡은 법계사..ㅎ
그때 저 쪽 월성봉 흔들바위 벼랑 끝에 선 사나이 모습..
참 오래만에 보는 툭터진 풍광에 가슴도 열린다.
흔들바위에 서면 흔들리는 것은 다리뿐이다..
월성봉 정상에서 호연지기를 뽐내라!!
인생! 뭐 별거있나?
이렇게 살다 가는거야.
이렇게 운신하기 힘든 곳에서도 전투가 벌어졌다.
남쪽을 침범한 자들은 아직도 핵무기 개발에만 신경을 쏟고 있는데, 침범을 방어하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을 일으킨 사람들은 후손들의 자학증세를 이해할 수가 없다..
월성봉에서 만난 하얀 꽃의 정체는??
물푸레나무 꽃..
이팝꽃과 함께 보릿고개 시절사람들의 허기를 대리 만족시켜주었을 것 같다.
왜 물푸레인가??
이 나무가지를 잘라 물에 담그면 물이 푸르게 변한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란다.
기관지, 천식에 좋다.
순탄한 내리막이라고 좋아했는데, 법계사(양촌리) 갈림길을 지나니 가슴 떨리는 구간이 시작된다.
푸른 솔과 바람이 조화로운 곳에 앉아 단소를 분다.
"부귀도 영화도 구름인양 간 곳없고~~"
멀리 보이는 저 곳은??
경찰승전탑이다..
6.25. 남침으로 낙동강까지 밀고갔던 북한군은 9.15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으로 퇴로가 차단당하면서 패잔병들이 지리산, 덕유산, 대둔산 등지에서 준동한다.
전투경찰,의용대 등 병력이 1955. 1. 2.까지 5년간 대둔산 일대 패잔 공비들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1376명이 전사했다.
개선장군이 마천대의 용마를 부르는 기상이다..
길은 벼랑길로 이어지다 급전직하로 아슬 아슬하게 이어진다.
월성봉 뒤통수가 보인다.
수락저수지에서 보면 코끼리가 물마시는 형상인데..ㅎ
드디어 두발이 안심해도 되는 수락재를 거쳐 하산한다..ㅎ
수락계곡, 저수지 건너 친구 별장 녹상재를 방문했다.
자원방래했다가 그냥 갈수는 없잖아~
친구집 앞집의 문패는 "강호지락"이다..
여기는 강이 없으니 "산수지락(山水之樂)이 정답이다..ㅎ
平生欽仰退溪翁 평생흠앙퇴계옹
沒世精神尙感通 몰세정신상감통
此夜夢中承誨語 차야몽중승회어
覺來山月滿窓瓏 각래산월만창롱
평생토록 퇴계 어르신을 흠앙했었는데
세상을 떠나신 뒤에도 그 정신에 오히려 늘 감통했네
이날 밤 꿈속에서 큰 가르침을 받았는데
꿈을 깨고 보니 산에 걸친 달빛이 창살에 가득하네
친구 집에 걸린 시 귀절
동춘당 송준길의 記夢詩(기몽시)다..
어느 날 꿈에서 깨어나 지은 시다..
오늘 월성봉 걷기도 벌써 꿈속의 일이 되어간다..
월성봉에서 그토록 찾았던 철쭉이 친구집에 가득한데, 온종일 헛곳을 뒤졌으니, 꿈 속의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ㅎ
녹상재 관수정에 앉아 월성봉을 바라보니
푸른 코끼리들 고개 숙이고 물 마시네
산에서 헛꽃을 찾은 일 나무라지 마시게
꿈 속의 일은 본래 다 허망한 것이니..
<오늘 걷기> 수락계곡 주차장 - 수락재 직전 삼거리 - 철쭉군락지 - 월성봉 - 흔들바위 - 수락재 - 주차장 약 7-8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