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5월에 방문하고, 이번엔 겨울에 갔다.

보은군 화남면 신곡마을 안내지도 앞에 차를 세우고, 천천히 걸어들어간다..

 

장독 퍼포먼스는 여전한데, 이번에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문양에 눈길이 간다.

어디선 많이 모습..밤중에 만져지는 둥근 촉감..

맞다..요강..ㅎ

밤중에 누군가 쪼르륵 내는 소리도 정겨웠던 시절, 요대기 아래 따듯한 아래목에 발을 들이밀고 쏟아지는 잠을 부르던 희미한 기억들..

 

이번에 오니 안내 표지판도 생겼다..

 

망설임없이 진행하여 언덕을 올라서니, 시그니처 풍경이 딱 나온다..

 

나목들 사이로 전망대가 자태를 보인다..

아니, 문리버 표 흥회정(興懷亭)이라는 고운 이름도 가지고 있지..

( 작명 내력은 https://blog.daum.net/servan/6351580  참조 )

 

둥근 길 둥글게 걷고 오르막 내리막길 결에 따라 걸으면

햇빛과 바람도 결따라 자동 조절되는 신통한 길이다. 

 

그러한 잠시 대청호가 푸른 얼굴을 불쑥 들이밀고 인사를 건넨다.

오랜만이유~

여기는 비대면 걷기로 최적진디, 왜 이리 적조했슈~

근게유, 몸이 비대면이라니 마음도 비대면이 되네유..

 

자박 자박 걸으며 숨결이 하이텐션을 보일 즈음 흥회정이 어여 오라고 재촉한다..

 

걸을 때마다 계단에서 피아노소리가 들린다고 상상을 하고 걷는다..

 

상상의 피아노 협주곡이 멋있었나보다.. 대청호가 하트를 날린다..

 

전망대에 서니, 나목사이로 회남대교와 금린 레스토랑의 편린이 보인다..

겨울에만 받을수 잇는 보너스다..

 

정자에 앉아 점심용 계란을 베어 물자니, 찬 바람이 시샘을 하여 양지를 찾아 이동한다..

 

동행이 호기심을 발동하여 회남대교쪽 산길을 탐색하러 나선다..

길을 이어지지만, 낙엽이 미끄러워 오래 가지 않고 돌아선다..

 

돌아오는 길, 이번에 차단기의 금지 지시에 반발하여 탐사에 나선다..

다소 급한 내리막 길이지만 발바닥 감촉이 좋다..

 

길은 도로로 이어진다..

만약, 순환코스로 만들자면, 전망대에서 회남대교 방향으로 내려가서 도로를 따라 오다가 이 길로 올라오면 좀 빡신 걷기가 되겠다..

 

족저근막용 흙길 걷기모드로 전환..

강쥐풀과 인사하며 간다..

우리 강쥐는 2.1. 저녁에 조선팝에게인에 등장하는데..ㅎ

 

멋진 대청호 길이다..

하늘과 땅, 푸름 사이로 나는 걷는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푸름은 생명, 자유, 지구를 상징한다..

 

아름다운 것에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은 어디 풍경뿐이랴...

이 멋진 장면을 홀로 독차지하니 저절로 행복해진다..

 

오늘은 포장길 시작점에서 돌아선다.

그런데..멋진 회남대교가 찌찍 현상없이 등장한다..

높이 57미터로 한국에서 제일 높은 다리란다..

그러다가 더 멋진 다리 모습을 보려고 오솔길로 접어 들었다..

길은 좋다만, 마지막 지점에서 다리 모습은 나목들 사이에 가려졌다..

아, 전기톱으로 5그루만 잘랐으면..ㅎ

 

대청호의 유유자적을 배운다..

자유, 자적..내 최애 모토다..

 

어 , 그때 저멀리 능선의 모습이 익숙하다..

설마, 여기서 보일리가??

맞다..계족산성이 보은에서도 보인다..

 

 

 

한참을 호수를 바라보며 섰다..

아름다운 푸름이 몸에 베도록...

 

돌아오는 길, 차를 세우고 회남대교에 서서 흥회정 전망대를 바라본다..

왕희지의 난정서 한귀절을 읊조린다..

 

世殊事異  所以興懷  其致一也  後之攬者  亦將有感於斯文

수세수사이  소이흥회  기치일야  후지람자  역장유감어사문

 

비록 세상이 달라지더라도  "흥이 솟는 마음(흥회)은 같을 것이니  나중에 보는 사람 역시 이 글을 보고 느끼는 바 있을것이다.

 

흥회정 전망대가 나목 커튼 뒤에서 손을 흔든다..

역시 겨울이 주는 보너스다..

 

적오산방에 들러 피자를 먹고, 아이슬란드 출정을 위한 드론 연습을 구경한다..

금년에는 아이슬란드 가자!!

 

 

 

대청호반 보은군 회남면 물안개 피는 신곡마을에 찾아갓더니

금낭화가 반겨주네

금주머니에서 금화를 꺼내 용돈하라도 주는 것을 아직은 먹고 살만하다며 한사코 말렸다..ㅎ 

 

 

요 표지판이 있는 마을 입구에 차를 세우고..

제일 깊어 보이는 길을 걸어가면서 주민에게 전망대 있는 임도로 가는 길이 묻느냐고 몇번 확인한다..

그만큼 길 표지는 허수룩하다.

 

 

이 글을 보고 가는 사람은 이 장독대 우측으로 가면 틀림없는 것이라..다른 사람에게 입아프게 물을 필요도 없다..ㅎ

 

 

이젠 철쭉도 지나고 장미만 남았거니 했더니 아니다..

금낭화가 나에게 감동을 줄줄이야..

담부터는 5월에 금낭화부터 챙겨야 겠다...

또있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5월의 쿠리스마스 이팝꽃이 있다..

언젠가 정원을 꾸밀 일이 있다면 5월을 위해 아래 백철쭉, 중간에 조팝꽃, 위에 이팝나무를 조성해서 눈꽃처럼 흩날릴때 징글벨 소리들으며 걸어봐야겠다.. 

 

 

 

외길 같은 임도에서도 알바를 한다..

콘크리트 길과 흙길 삼거리를 만나거든, 흙길로 올라가라..

 

 

흙길 임도 말랭이에 올라서면 아!!!

어느 화보에서 본 무이산 천유봉을 연상케하는 계단 길이 보인다..

 

 

 

 

발걸음이 신이 난다..

대청호는 장단을 맞추고..

 

 

 

이런 피아노 건반 같은 계단 길을 올라갈 때는 무슨 음악이 좋을까?

조성진이 연주하는 피아노 콘체르토 20번 D Minor, K. 466 - 2. Romance

 https://youtu.be/t9d3Q8l8rMM

 

 

피아노 건반을 누르듯 경쾌하게

대청호를 둘러보며 여유롭게

 

 

 

계단길을 오르면 이름없는 정자가 사람을 반긴다..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도 없이

대청호도 제대로 굽어보는 조망도 없이

산속에 호젓이 있으면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하여,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듯이

내가 너를 위해 이름을 불러 주어 나의 정자가 되게 하리라..

너 이름을 흥회정(興懷亭)이라 부르리라..

 

난정서에 이르되,

雖世殊事異  所以興懷  其致一也  後之攬者  亦將有感於斯文

수세수사이  소이흥회  기치일야  후지람자  역장유감어사문

 

비록 세상이 달라지더라도  "흥을 돋는 마음(흥회)이 일어나는 것은 일치할 것이므로, 후세에 이것을 보는 자는 또한 이 글에서 느끼는 바 있을지로다.

하였으니

 

여기서 2글자 흥회(興懷)를 따오되 이 지역 회남(懷南)면의 한 글자와 일치하니 절묘한 이름이 저절로 지어 지는도다..

 

 

자, 이제부터 흥회정에서 흥을 돋우기 위해 풍악을 울리는디..

그때여 마침 비가 촉촉히 적시고 있었것다..

비소리를 연상시키는 하프소리로 시작하는 그녀(송가인)의 노래가 딱이었다..

...

당신이 생각나

정자밖에 비가 내리네

...

기억이란 페이지는 넘겨질 때마다 보고 싶어

 

...

그래, 다 계획이 있었구나..

 

우연히 이곳을 알게 되고

여기서 정자의 이름 짓고

안성맞춤으로 비를 피하며 점심요기를 하고

비가 잦아들 때 다시 길을 간다..

 

우연인듯 필연같은 데자뷰를 느낀다..

 

 

 

 

돌아오는 길은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절묘한 풍광의 길을 만났다..

 

작지만 구성진

파타고니아의 이탈리아노 길이 떠오르게 만드는 길..

다시 오마..무시로...

 

 

 

 

 

 

임도 끝에서는 지리하게 포장길을 걸어야 하지만

오늘 처럼 비가 속살거리는 날은 걷기 딱이다..

 

 

 

길이 끝나는 곳은 남대문 삼거리..

남대문??

인근 호점산성의 남문 밖이라는데서 유래한다는데, 어찌 거창하게 남대문이라 하였는지??

호점산성은 최영장군이 쌓았다고 하고, 부근에 최영장군 관련 설화도 있다..

 

 

 

남대문교를 지나면 정문공원이 길곁 호반에 전개된다..

 

 

노랑금풀과 대청호를 바라보고

 

 

 

 

영산홍과 정자 그늘을 나누고..

마지막 몇백미터는 차도변으로 걸어가면 주차장소인 신곡마을 입구가 나온다..

 

 

 

 

 

 

 

 

<오늘 걷기> 신곡마을 입구 - 임도 - 전망정자(흥회정) - 임도 - 남대문 삼거리 - 정문공원 - 신곡마을 입구 약 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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