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이 가기 전에 꽃길을 걷자.

마치 무슨 덕담 같은 이야기가 인생의 한 진실을 말한다..

지나고 보면,

우리는 봄날에 꽃길을 잊고 지내다가 가을에 이르러서야 꽃길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봄날 꽃길의 마지막은 대개 철쭉과 장미로 장식한다..

철쭉은 높은 산 자연 속에서, 장미는 인공의 정원 속에서  아름다움을 다툰다..

오늘은 그 중간쯤 되는 철쭉 길을 찾아왔다..

장수 번암면 치재에 위치한 철쭉꽃단지는 인간의 손길이 이루어 내는 작품이다..

금년에 코로나로 공식적으로 출입을 통제하는 기간 철쭉을 심고 길을 정비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이 먼곳까지 찾아 온 사람들이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정문 출입구은 닫았지만 옆 길은 무방비라 은근슬쩍 올라간다..



이 봄날 꽃길을 걷지 않고 산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사실 몇년전에 4월 하순에 왔다가 꽃봉오리만 보고 가면서 5월초에 꽃기약을 했기에 그 약속을 지키러 왔다..

그 약속을 잊지 않은 꽃들이 가상하다..





사실 이곳은 꽃을 핑계로 백두대간을 어물쩍 걸어 볼 수 있는 구간이다..

저 아래 치재 주차장에서 이길을 몇백미터만 숨가쁘게 올라가면 백두대간  6구간(복성이재 - 봉화산 정상)을 걸을 수 있다.




대신 이 봉수정까지 숨가쁜 입장료는 지불해야 한다..



봉수정의 내력을 보면, 고려-조선 시대에는 이곳이 봉화로의 루트가 아니엇다.

513년경 장수에 반파가야국이 존재할 때 백제 세력팽창에 대항하면서 봉수대가 잇었단다..

513년 경은 백제의 무령왕 치세였는데, 백제가 국력을 회복하면서 가야지역으로 다시 팽창하는 상황이었다.

신라는 이사부가 우산국(울릉도)를 정복하는 등 백제, 신라 사이에서 가야의 제국이 쇠약해가는 시절이엇다..



봉수정에서 봉화산 정상까지는 3.5km  거리인데, 모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흙길이라 걷기 좋은 길이다.

더구나 군데 군데 철쭉이 환영해주니 힘이 저절로 보태지고..











한무리의 조팝이 왁자지껄하게 지나가고 난뒤

길 한켠에 함초롬이 서있는 미녀를 만났다..

핑크를 좋아하는 미녀..

동그랗게 작은 복스러운 얼굴..

노래는 국악, 트롯, 발라드, 락 등 못하는게 없는 팔색조..

춤은 막춤이지만 끼 발동하여 한번 추면 함성과 손뼉이 쇄도하는 요정..

그래서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소리가 저절로 나는 그녀를 닮은

우리의 토종 철쭉...







이 고운 꽃자락에서 그녀(송가인)가 불후의 명곡에서 부른 "정말 좋았네"를  들으며 점심을 먹는다...



우리는 정말 좋은 꽃시절..화양연화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다시 돌아온 봉수정에서 매봉으로 올라간다..










하산 길은 매봉을 지나 첫번째 하산길로 내려갔다..

그게 우연의 인연이 준비한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거기서 다시 만난 철쭉...

가까이서 보니

마치 그녀가 나를 위해 "사랑, 사랑, 사랑, 사~랑" 4단 고음을 올리는 것처럼 황홀했다.




내년에 오면, 매봉에서 계속 직진하는 하산길로 내려 가봐야겠다

또 무슨 우연의 인연이 기다리고 있는지...



돌아오는 길에 하얀 꽃들이 붉은 향을 씻으라 한다..

장수의 특산 사과의 꽃들이 만개하였다..

보통 배꽃에만 온통 관심이 쏠리는데, 사과꽃이 이처럼 황홀하게 유혹할 줄은 몰랐다..



얼굴에 살짝 홍조를 띈 청순한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애간장이 녹을 것이다..





남들이 꽃 필때되면 이미 늦을지도 모르다고 서두르는 민들레..

남들은 높은 곳을 바라보면 경쟁할 때, 이들은 낮은 자세로 반박자 일찍 꽃을 피우고 남들보다 앞서 독립의 길을 나선다..

아..민들레에게 배우라..

인생의 진실은 자각과 겸손 속에서 타득하게 되리니..



장수에서는 발을 잡는 것이 많다..

다시 몇번을 더와야 한다..

그 노고 한번을 줄이기 위해 장수승마체험장으로 향했다..

아침에 꽃보러 가는 길에 트로이의 목마가 눈길을 끌었었다...

트로이의 목마..

그 많은 이야기와 시 속에서도 항상 선두에 섰던 트로이의 목마..

3천년 후에도 사람을 끌어 당기는데, 3천녀전 당대에는 트로이 사람의 이목을 완전 사로잡았으리..

카산드라의 예언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이 정도 규모 보다 더 컸을까?

그저 호기심과 조바심을 누르고 일주일만 그 자리에 두고 보았으면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오딧세우스의 방황도, 아이네이아스의 탈출도, 로마의 건국도 없았다면??





이젠 대놓고 트로이 목마 안으로 유혹한다..

다행히 코로나 사태로 폐쇄 중이라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당근에 길들여진 체험마만이 지나는 객의 발 소리에 반가워하는 몸짓이다..

아야..

난 보수주의자라 당근을 잘몰라, 그저 채찍만 가지고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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