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송사 능선을 타고 올라가다 보면 빨치산 비트(아지트)가 있다..
선녀굴이 총본부였단다..
선녀굴 이름이 생긴 걸 보니 옷 훔쳐갈 나무꾼들이 버글 버글 햇을 법한 지명인데..
거기서 생사의 지옥이 벌어졌나 보다..
우리는 선녀굴쪽이 아닌 송대마을로 내려간다...
숲이 울창하다..
송대 마을에 내려와 발을 담구고 잠시 쉰다..
맑은 물..밝은 햇살..
송대마을에서 소나무 쉼터로 내려가는 콘크리트 내리막길..
무릎이 괴롭다..
몇번 와본 리더는 수시로 뒤로 걸어 내려가더만..
그냥 내려오다가 결국엔 다리가 예전에 다친 다리 인대의 통증이 재발한다..ㅎㅎ
이런 길은 싫어..
누군들 길 떠나지 않으랴, 먼길을 떠난다.....
흐르는 것은 흐르는 것으로 이어져서 저 바람의 허공
갈 곳없이 떠도는 것들도 언제인가 닿으리라 비로소
길 끝에 이르러 거친 숨 다하리라 아득해지리라....
박남준 시인의 시가 산길에 홀로 사람을 맞고 잇다..
시인의 시상을 달군 소나무인가..
시의 배경이 되어 서잇는 소나무..
소나무는 지리산에서 때깔이 난다..
콘크리트 내락길에서 무릎은 어작나고 잇지만..
눈은 호강한다.
요즘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카피처럼 내 다리는 그렇게 불평하겠지..
하지만..저 시원한 능선..황홀한 푸른 색감에 위로를 받으며 참는다...
나무 쉼터에 도착하였다..
툭터진 전망에 잘생긴 소나무..
벼슬 높은 속리산의 정이품송은 문관이라면..
이 소나무는 반석위 올라서서 저 아래 동강을 굽어 보며 흘러가는 강물을 천군만마인양 호령하는 기상이..
가히 대장군 소나무라 할만하다..
쉼터에서 바라본 동강의 풍광..
동네마다 남산이 있듯이..
깊은 곳마다 동강이 있는가..
세동마을에 도착하엿다..
길모퉁이 점빵에 들어가 막걸리를 찾으니 낮에 학생들이 다 마시고 갔단다..
맥주와 고추튀각, 얼음 열무로 갈증을 푼다..
주인 할매는 내일 방송국에서 촬영온다고 기분 업이다..
그래그런지 옷매무새나 말품이 여느 시골 할매 같지 않다..
맥주한잔하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다행이다..
얼마 떨지지읺은 곳..법화산 견불동에 민박을 구했다..
지명이 보통이 아니다..
우리가 출발지로 갈때는 오도(悟道)재를 넘어 갓는데..
잠은 법화산(法華山) 견불동(見佛洞)이라니..
이제 도통할 인연을 찾은 것인가..
민박집에서 바라니 우리가 내려온 산길이 어슴프레 보인다..
새삼 느껴지는 무릎의 통증..
창밖에 비가 추적거리는 민박집에서
여수산 생선회가 기다리고 잇다..
여수팀에서 직접 냉동시켜 가져온 그 정성..
소주폭탄으로 시작하여 겨우살이주로 몇잔 수작하다가
취하여..
숙소 방벼락에 앉아 존다..
잠시 고개를 드니 비는 개고..
달이 구름 사이에 고개를 내민다..
지리산 달도 산 높이에 맞게 높이 떳구나...
밤에 취하여 졸 때는 한 생각밖에 없더니
새벽에 명징하니 만가지 생각이 일어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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