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걷기 갔다..
오늘은 충북 옥천군 용촌리에서 용호리까지 10Km를 걸어가서 배를 타고 대청호를 건너 도호리에 도착하여 청풍정을 거쳐 석호리, 국원리에 이르는 길 총 15Km..
숲길이 너무 좋다..가을 탓인가?
길을 가다 거울이 나타나면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굽은 길을 더욱 강조하는 반사경도 가을을 탄다..
걷는 길은 굽이 돌수록 정감이 있는데..
인생 길은 구비 칠수록 괴로워진다.
몇 구비를 돌고 몇 고개를 넘나들더니 대청호가 나타났다..
마치 그리운 얼굴처럼 반갑다..
저 호수를 물끄러미 보자니 화산이 폭발하여 생긴 화구호라도 믿을 정도로 산속에 폭 잠겨잇다..
노류장화(路柳牆花)라 했던가..
꽃없는 길이 무슨 운치랴..쑥부쟁이가 가을손님을 반긴다..
이 노란 꽃들은 무엇인가.. 산국이라해도, 감국이라 해도 상관없다..
가을을 함께 공유하면 족하다..
또다시 산길을 감아돌다 사라진 호수가 쌍동이가 되어 나타난다..
호수는 요술장이..
가을이 되면 생각나는 두목의 시..산행
먼 가을산 비탈진 돌길을 오르노라니
흰 구름 이는 곳에 인가가 두세 집
수레를 멈추고 단풍 숲을 바라보니
서리에 물든 잎이 봄꽃보다 더 붉네..
遠上寒山石徑斜
白雲生處有人家
停車坐愛楓林晩
霜葉紅於二月花
정말 가을 단풍은 진정한 꽃이다..
대청호를 끼고 걷는 길을 잠시 가노라니..
용호리에 당도하였다..
3가구가 사는 마을..
용호리에 염씨 문중 제실이 있다..
예전엔 제법 큰 마을이었나보다..
일필휘지..용강사..행서의 여유..
글씨도 오늘 걸은 길처럼 멋지게 굽이 돈다..
용호리 마을회관에서 둘러앉아 밥을 먹다 보니 벽에 예전 용호리..수몰전의 사진이 걸려잇다..
수십호가 모여 살던 큰 마을이었는데 대청호로 사라지고..사진으로 남았다..
못다한 인연이 남은 사람만 이곳에 사는지..
객들은 어쩌다 찾아와 걷기하면서 경치에 감탄하고 좋다를 연발하지만..
의외로 대청호엔 수몰로 인한 실향의 아픔이 많이 가라앚아 출렁인다는 사실은 거의 모른다..
선착장으로 가는 길에 잇는 선돌..
청동기 시대 유물이 있는 것을 보면 이곳은 오래된 삶의 현장이었다는 증거..
떡 본 김에 제사지내는 격으로 선돌에 "축귀대장군"이라 새겨 돌장승의 임무를 맡겻다..
가을의 정취를 강조하는 형용사들..
가을 빛을 그리워하는 인삼밭 검은 포장 ...호박도 아닌 것이 쑤세미도 아닌 것은 바로 "동아"..
말리는 감 조각에 배어나는 평화...푸른 가을 하늘로 오르려는 나팔꽃의 덧없지만 이쁜 몸부림..
가을은 깊어간다..
점심도 마치고 잠깐 졸기고 하고 행장을 꾸려 이장님 배로 이동..
배에 올라 강아지풀의 환송을 받으며 가을 호수로 떠난다..
가을 하늘..가을 호수..가을 산..
어느 것 한가지들 빠지는 것이 없다..
배위에서 홀로 "떠나가는 배"를 읊조리다..
뒤돌아보니 물비늘이 다이몬드 보다 더 빛난다..
용비늘이라 해도 이보다 더할까?
호반에 백발홍안인지 백수광부인지 물억새들이 흰머리를 날리며 "공무도하가"라도 부르는듯..
이윽고 도호리 선착장에 물비늘과 함께 도착햇다..
이곳엔 요트들이 제법 많다..
파란 가을 하늘에 주홍빛 감..넘보는 까치..만해도 가을 마음이 짠해지는데..
푸른 호수에 주홍감..빈배..도 그 못지 않구나..
또다시 구비돌고 고개하나 넘고 일부러 직선거리 산등성이를 타고 다다른 곳..
청풍명월..
청풍명월의 고장서 청풍명월의 이름을 가진 곳을 만나긴 처음이다..
청풍정과 왼쪽의 명월암..
충청도 사람을 청풍명월에 비유한 것은 대원군 시절인데..
이 정자는 그 이전에 지어진 것..현재는 1995년도에 복원..
이 정자에는 갑신정변 실패후 김옥균이 피신하여 지냇다는 설화가 전해진단다..
실제로 김옥균의 처 유씨부인 모녀가 옥천으로 피신하였다가 잡혀 비녀로 격하되어 고생스럽게 살앗단다..
물론 김옥균은 일본으로 피신한 후겟지만..
청풍정의 글씨를 본다..
남의 글씨 함부로 평하는 것이 아니지만..
글쓴이를 유심히 보니 아호가 없이 유봉렬이라 썼다..
보통의 서예가라면 통상 아호를 쓰는 법인데..
이 정자 복원년도가 1995년이라면 당시 옥천군수가 유봉열씨라..
군수가 직접 쓴 것인가??
정자에서 보는 고화질 HD TV..
이런 멋진 풍광을 보고 시한수 읇지 않을 수 없다..
십 년을 경영하여 초려 한간 지어 내니
반 칸은 청풍(淸風)이요 반 칸은 명월(明月)이라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송순-
청풍명월(淸風明月)은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라는 뜻으로, 보통 결백(潔白)하고 온건한 성격(性格)을 평하여 이르는 말이다..
고아한 선비를 광풍제월(光風霽月) 비가 갠 뒤의 맑게 부는 바람과 밝은 달에 비유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청풍명월을 보면서 풍월을 읊으려면 술이라도 한잔 하여야하는데 정작 술을 떨어져 그냥 입맛만 다시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길을 나선다..
호수를 끼고 한구비 돌며 바라본 청풍정..
한가롭고 여유롭다..
이 경치를 보고 외로움(孤獨)을 느끼던지, 독락(獨樂)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그대의 자유다..
이제부터 재미없는 아스팔트 길을 걸어 국원리 보건소앞까지 왔다..
떠나기전 자리를 깔고 대기하던 막걸리를 한순배 돌린다..
당연히 가무가 있기마련..
백수의 동행이 멋진 노래보시를 한다..
오늘의 주제가인 이 노래가 오늘을 잊지 못하게 하리라..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없어 바램은 죄가 될테니까
(10월의 어느 멋진날..)
노래에 반한 대구에서 오신 분의 답례..송창식의 축가..
처음 만난 그 순간이 좋았지
처음 느낀 그 눈길이 좋았지
정다운 그손길이 좋았지
처음 받은 그 마음이 너무좋았지
언제나 만나서는 즐거웠지
언제나 다정하게 속삭였지
언제나 둘이서만 걸었지
하루 하루 사랑을 키워왔었지
**
죽은 뒤에 거창한 만가(輓歌)가 아무리 심금을 울린다 해도
이 좋은 날 생기를 느끼며 진심으로 부르는 한마디 축가(祝歌)에 비기랴..(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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